2주 만에 날아온 통첩

늦깎이 백수의 눈칫밥 일기 (2024년 12월 1일)

by 박보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전 10시 즈음에 일어나 침대에서 늘어져 있었던 아침. 갑자기 엄마가 들어오더니 전기장판 위에 턱-하고 앉더니 내게 말했다. “너, 언제까지 놀 거야? 일 안 해?” 쭈굴거리며 (자랑스러운) 백수가 된 지 고작 2주라고 항변해 보았으나 “일하지 않는 자, 나가.”라는 통첩을 받았다. 억울함을 가득 담은 말을 쨍알거렸지만 가뿐히 무시하고 홀로 점심 약속을 나간 엄마의 뒷모습을 아련히 바라보다 모올래, 정말 모올래애애 낮잠을 잤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 뒤 엄마의 전화로 단잠에서서 깬 나는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일을 도우러 갔고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일을 마무리했다. 운전하다 좋아하는 대형 카페에 들를지 잠깐 고민했지만 먹고 싶었던 메뉴가 26,900원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 일을 한 자로서 배가 고프다고 조심스럽게 사장님(엄마)을 쳐다보았더니 ‘도대체 뱃속에 어떤 거지새끼가 들었냐’라는 눈빛과 함께 짬뽕을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게 웬 떡이냐.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시간에 걸린 우리는 차 안에서 30분을 니비적거리다가 오픈런을 하게 되었는데, 그 기다림에 걸맞게 짬뽕, 간짜장, 탕수육은 아주 완벽했다. 집으로 돌아와 목욕탕으로 마무리했다. 일도 하고 먹기도 하고 목욕도 하고 아주 알찬 하루였군. 통첩은, 일단 못 들은 척하자.


KakaoTalk_20250103_170604942.jpg 그렇게 사수하게 된 탕수육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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