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거기서 무얼 하려는 거야?

늦깎이 백수의 눈칫밥 일기 (2024년 11월 20일)

by 박보라


‘도대체 거기서 무얼 하려는 거야? 왜 사무실을 얻은 거야?’라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대답.


1) ‘집에 있으면 잠자기밖에 더 하겠어요?’ : 실제로 내 방에는 침대가, 거실에는 (엄마의 소파이자 잠자리인) 온돌 침대가, 안방에는 리클라이너가 존재감 넘치게 자리한 우리 집에서 잠들지 않으리란 참으로 어렵다.


2) ‘엄마랑 같이 있으면 싸워요.’ : 나는 예민하다. 엄마도 예민하다(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야행성 인간이다. 엄마는 새벽형 인간이다. 둘 다 컨디션이 좋으면 평화가 찾아오지만 둘 중 하나라도 심기가 불편하면 아주 작은 요소들이 도화선이 되어 화르르 불이 붙는다. 몇 년 전 코로나로 집에 있던 당시에 모두에게 힘들었던 환경을 되풀이할 수 없었다.


3)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어요.’ :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 생각은 많았다. 하지만 출퇴근이 기본적으로 4시간 넘게 걸리는 나로서는 출근-퇴근-뒹굴-기절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루틴이었고, 지난 회사에서 육체적+정신적 피로도 증가로 주말까지 눈만 껌뻑껌뻑거리며 자다 깨다의 반복이 전부였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으면 뭐 하나. 거지 같은(오열) 결과물이라도 이 세상으로 꺼낼 수가 없는데. 그냥 이참에 쓰고 싶었던 글도 왕창 쓰고 미뤄뒀던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싶었다.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나를 다시 되찾는 시간이 시급했다.


4)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 언제였나. 월급이라는 걸 받기 시작했을 때가. 기억을 되짚어가다 보니 2013년 8월이었다. 중간에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시기를 제외하고 이래저래 맞춰보니 10년을 쉬지 않고 일을 한 셈이 됐다. 얼마 전에는 첫 회사 재직 당시의 다짐도 기억났다. 한 10년 정도 일을 하고 나서 타이베이에서 한달살이를 하며 놀다가 먹다가 쉬다가 해야지 했던 아주 해맑았던 계획! 물론 한 달까지는 아니고 3주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알아봤지만 조용하게 생각을 내려놨다. 다만 뻔뻔하게 말하기로 했다. 타이베이 한 달 살기도 못 하는데 좀 쉬면 어때서! 10년 동안 일한 나에게 주는 안식월이라고 당당하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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