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아늑한 나만의 골방

늦깎이 백수의 눈칫밥 일기 (2024년 11월 19일)

by 박보라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시간을 놓쳤다간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도 완성하지 못하게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집 근처 있는 공유오피스에 바로 입주가 가능한 빈 사무실이 있는지. 지금 바로 사무실을 둘러봐도 되는지. 연락을 돌렸다. 물론 공유오피스의 가장 기본 조건은 하나였다. 집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 것.


처음 본 A는 입구부터 빈 사무실까지 아주아주 어둡고 방음이 거의 안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정수기만 달랑 비치되었을 정도. 다만 2인실에 창문이 있어서 답답한 마음이 좀 덜할 것만 같았다. 두 번째로 본 B는 들어오는 입구부터 밝고 깨끗! 심지어 작은 싱크대와 커피나 티 종류도 꽤 있어서 아주 반가웠다. 1인실로 좁고 창문도 없지만 그거야 적응하면 될 거고. 쓰윽 둘러보자마자 바로 계약하고 싶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고민도 없이 이렇게 빨리 결정하셔도 되냐고 놀라하셨다. 고민해 봤자 더 늘어지게 될 테니까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임대료를 이체시켰다. 사장님이 자꾸만 ‘대표님’이라고 말씀하시길래 저 먼 산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앗, ‘대표님’이 아니라 ‘백수님’이라 불러주세요.


복도 가장 끝 방에서 써 내려갈 미래에 대해 일단 긍정 회로를 돌리기로 했다. 내일부터,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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