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매치매치 패션 도전!
“조금은 미쳐도 좋아. 새로운 색상으로세상을 대하기 위해서라면!” 영화 ‘라라랜드’ 주인공 미아의 대사 중 하나다. 그는 친구들과 파랑·노랑·빨강·초록 등 다양한 컬러의 의상을 위아래로 맞춰 입고 파티에 나선다.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과 꿈을 패션으로 나타낸 것이다. 최근엔 이런 스타일이 현실 세계로 들어왔다.전체적으로 옷과 소품의 색상을 통일하면서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깔맞춤 패션’, 영어로는 ‘매치매치 패션’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깔맞춤’으로 검색되는 사진은 149만여 장, ‘#matchymatchy’로는 992만여 장이 넘는다.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새해를 맞아 올해 눈여겨봐야 할 의식주 트렌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첫 번째, 의(衣)와 관련된 2019년 트렌드 키워드는 ‘매치매치(matchy-matchy) 패션’이다.
# 지난해 연말 열린 한 시상식장에 배우 예지원이 매치매치 패션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노랑 치마 위에 속이 비치는 노랑 상의를 입고 안에는 노랑 속옷을 입어 한 컬러로 통일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 지난달 가수 제시카는 자신의 SNS에 이색 패션 사진을 올렸다. 갈색 코트 아래 더 짙은 갈색 바지와 같은 색상의 부츠를 신은 모습이었다. 모두 갈색 계열이지만 명도와 채도가 다르다. 이를 톤이 다른 ‘톤온톤’ 깔맞춤 패션이라고 부른다.
1970~80년대 멋쟁이라면 한번쯤 도전했다는 깔맞춤 패션이 올해 다시 화려하게 등장했다. 예전에는 청바지 위에 청남방을 입는 ‘청청 패션’ 또는 어깨 부분이 각진 강렬한 색상의 재킷과 바지를 맞춰 입는 ‘파워 숄더 패션’ 등으로 유행했다. 하지만 이후 깔맞춤 스타일은 패션에 관심 많은 소수만 따라 할 뿐 대부분의 현대인에게는 다소 과해 보이는 ‘오버 패션’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 흐름이 뒤집혔다. 세계적인 모델 벨라 하디드가 각종 공식 석상에 주황·하양 등의 매치매치 패션을 공개했고, 유명 패셔니스타인 빅토리아 베컴은 옷부터 가방, 신발까지 모두 빨강으로 맞춘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유명인들이 현대식 깔맞춤 패션을 자랑하면서 요즘 스타일로 재탄생된 것이다.
명품 패션 브랜드 앞다퉈 선봬
명품 패션 브랜드도 앞다퉈 2019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 매치매치 패션을 소개했다. 샤넬은 레몬색 상·하의에 같은 색상의 재킷으로 매치시킨 룩을 선보였고, 구찌는 2019 크루즈 컬렉션 무대에서 같은 명도의 분홍 치마와 패딩 재킷 안에 연한 분홍색 남방으로 통일된 스타일을 런웨이에 세웠다. 델포조는 연보라 오프 숄더 상의 아래 같은 색상·패턴의 바지를 입고 어깨 한쪽을 같은 연보라 천으로 장식했다. 에르메스는 갈색 바지 위에 같은 색 재킷을, 안에는 같은 색상의 크롭티(배꼽이 보이는 짧은 길이의 상의)를 스타일링했다. 베르사체는 반짝이는 소재의 노랑 원피스에 같은 색상의 가방과 하이힐을 매치한 깔맞춤 패션을 선보였다.
이 같은 올해 컬렉션 패션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 70~80년대 유행하던 모습과 달리 색상이 연해진 것이다. 이전에는 멀리서 봐도 두드러질 만큼 눈에 띄는 원색을 주로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파스텔 컬러가 많이 활용된다. 최충훈(두칸 대표) 패션 디자이너는 “과거에는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깔맞춤 패션을 찾았다면 이제는 차분한 색상으로 매치해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게 트렌드”라며 “대신 원색의 가방이나 벨트, 스카프 같은 패션 액세서리를 선택해 전체적인 패션의 균형을 맞춘다”고 말했다.
올해 컬러는 산홋빛 ‘리빙코럴’
색채 전문 기업 팬톤도 2019년 컬러로 빨강에 하양이 섞여 은은한 따뜻함을 나타내는 산홋빛 ‘리빙코럴(living coral)’을 꼽았다. 긴장감을 한층 낮춘 파스텔 컬러 중 하나다. 리아트리스 아이즈먼 팬톤 수석 컨설턴트는 팬톤 공식 홈페이지에 “현대인은 여러 사람과의 상호 작용과 사회 연결성에 목말라 있다”며 “리빙코럴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활력을 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만남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이색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매치매치 패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과 과거의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젊은 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션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뉴트로(New+Retro, 새로움을 더한 복고) 스타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예전의 패션을 그대로 재현한 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80년대 인기 가수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주인공의 선명한 깔맞춤 패션을 인상 깊게 본 10~20대가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을 찾아 올해 유행하는 파스텔 컬러의 의상을 상·하의로 맞춰 구매한다. 이것이 바로 옛 스타일에 현대적 감성을 더한 2019년식 매치매치 패션의 완성이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SNS의 대중화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는 현대인은 옷 색상으로 감정과 기분을 나타내고 싶어 한다”며 “특히 픽셀을 무한대로 분할해 계속 다른 색상을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남들이 뻔히 아는 원색보다 자신만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파스텔 컬러에 더 끌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