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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예진 Jun 19. 2019

요즘 울 아빠가 일찍 집으로,
나랑 춤추고 영화보러

패밀리엔터테인먼트 시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의 여가 모습이 변하고 있다. 종전까진 부모 따로 아이 따로 즐겼다면, 이제는 모두 함께 즐기는 문화 생활로 바뀌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일명 ‘패밀리 엔터테인먼트(family entertainment, 가족 오락물)’ 콘텐트도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휴일을 누리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부모와 자녀가 친구처럼 교감하는 수평적 가족 관계가 형성되면서 패밀리 엔터테인먼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어른끼리, 아이끼리 즐기던 놀이문화가 함께하는 가족 중심 문화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부분적으로 시작되면서 퇴근 후나 휴일 같은 여유 시간이 확보되자 가족과 즐기는 시간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적 시간을 중시하고 일터보단 가정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 문화의 변화도 가족 놀이문화의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딱딱하고 수직적이던 조직 문화가 부드럽고 수평적으로 변하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인식의 확대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수직적인 조직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하는 기업의 분위기가 각 가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에 따라 가부장적이던 아버지 모습이 자녀와 편안하게 대화하고 함께 노는 친구 같은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며 “가족 중심의 놀이문화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유 시간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저녁 때와 휴일에 자녀들과 놀 거리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영화·게임·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신형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콘텐트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 콘텐트는 예전 어린이 전용 콘텐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용이나 기술 면에서 성인들도 감탄할 정도다.                


영화관 찾는 가족 증가세

만화 알라딘을 실사영화로 제작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요즘 영화도 이 같은 흐름을 함께한다. 전체관람가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높은 인기도 얻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누적 관객수(6월 11일 기준)를 보면 10위 안에 전체관람가 영화인 ‘알라딘’ ‘이웃집 토토로’ ‘빅샤크2:해저2만리’가 이름을 올렸다. ‘알라딘’은 ‘기생충’에 이어 2위를, ‘이웃집 토토로’는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엔 영화 5순위에 전체관람가 영화가 한 편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전체관람가 영화의 풍년인 셈이다. 


누적 관객수 400만을 돌파한 전체관람가 영화 ‘알라딘’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신작 ‘알라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측은 이런 변화에 대해 “어릴 적 애니메이션으로 알라딘을 시청했던 오늘날 젊은 부모 세대가 아이와 손잡고 실사영화(만화나 애니메이션 원작을 토대로 실제 촬영한 영화)로 만든 ‘알라딘’을 보면서 옛 시절을 떠올리고 아이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른이 됐지만 어린 시절의 감성과 즐거움을 지금도 기억하고 즐기는 ‘키덜트족’이 부모 세대가 되면서 게임도 가족 놀이문화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TV 화면에 게임을 연결하거나 게임기로 부모와 아이가 거실에서 함께 즐기는 ‘홈 게임’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카트 경주를 즐길 수 있는 게임 ‘마리오카트’ [사진 닌텐도]


대표적인 인기 홈 게임인 ‘마리오 카트’는 기기 조작이 쉽고 간단한 데다 여럿이 동시에 카트 경주를 즐길 수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 인기가 많다. 이 게임은 높은 판매량으로 현재 8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게임 ‘포켓몬스터 레츠고’도 키덜트족 가족의 호응이 높다. 손에 쥐고 있던 포켓볼을 허공에 던져 마치 캐릭터를 실제 잡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어릴 적 만화 ‘포켓몬스터’를 보고 자란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키덜트족에게 호응이 높은 ‘포켓몬스터 레츠고’ 게임기기. [사진 라예진 기자]


부모도 재밌는 게임·공연 속속 

화면을 보며 춤출 수 있는 게임 ‘저스트 댄스’ [사진 유비소프트]

화면에 보이는 캐릭터 동작을 따라 하며 춤을 추는 댄스형 음악 게임인 ‘저스트 댄스’도 인기다. 세계적으로 약 6500만 개 이상 판매된 이 게임은 6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대가족 게임으로 많이 활용된다. 어린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 구성된 ‘키즈 모드’도 있다. 

  

공연 무대에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작품들이 올랐다. 아동극, 아동 뮤지컬은 아니지만 아이가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서 어린 관객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이 같은 형태로 지난해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올해는 ‘마틸다’가 공연됐다. 최근엔 ‘스쿨 오브 락’이 공연 중이다. 이 뮤지컬엔 학생 역할을 하는 어린 배우들이 연기·노래·춤은 물론 악기도 손수 연주하며 공연의 주요 노래 무대를 이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본부의 노민지 팀장은 “2030세대의 성인 관객이 먼저 공연을 본 뒤 조카 또는 자녀와 또 보고 싶다는 관람 후기가 많다”고 말했다. 
  

어린 배우들이 주요 무대를 꾸미는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엄동열 문화공작소 상상마루 대표는 “가족용 공연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개발된 아동극, 아동 뮤지컬과 확실하게 구분돼야 한다”며 “이런 공연을 공유하며 부모와 아이는 더욱 많은 대화와 감정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 요즘 울 아빠가 일찍 집으로, 나랑 춤추고 영화보러

https://news.joins.com/article/2349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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