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되는 3분
문득문득, 드라마보다 현실 같은 광고를 보고 멍- 할 때가 있다.
3분, 짧은 영상이지만 길게 여운이 남고 생각을 골똘히 하게 할 때가 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쿵쾅거리는 배경음악 때문이 아닌,
현실의 나, 지금의 우리네 모습을 보여줘 기억에 남는 광고들을 모아봤다.
광고를 보며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1 알바가 갑이다 - 알바천국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의 권리를 내세운 광고를 내 주목받았다. 일명 ‘알바가 갑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말이다. 계약 관계상 고용주가 ‘갑’ 피고용인인 아르바이트생은 ‘을’이지만, 이 같은 내용을 완전히 뒤집은 발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르바이트 제복을 입고 거리를 나온 아르바이트생들이 권리를 외치는 모습은 국내 권력 계층 간의 거리가 큰 ‘큰 권력 거리문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광고는 큰 권력 거리문화를 이용했지만 반대의 ‘작은 권력 거리문화’를 지향한다. 아직 국내는 큰 권력 거리 문화지만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2 오늘 나에게 박카스를 사줬습니다 - 박카스
피로회복 음료 '박카스'의 광고는 집단주의가 강한 국내 사회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광고 속 여성은 자신의 생일에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다른 이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조직이나 집단 상황에서 개인의 사정보다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 중에서 여성은 자신의 생일이라는 생각에 빠져 손님의 케이크 불을 끄고 만다. 집단주의 삶 속에서 개인의 행복을 누릴 수 없는 현실을 황당한 상황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여성은 본인의 일을 다 마친 후 ‘오늘 하루도 열심히 했음’에 만족해하며 자신 스스로에게 박카스를 사줬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3 남자한테 참~좋은데 - 천호식품
건강식품 ‘천호식품’을 대중에게 알린 광고다. 화려한 영상과 그래픽은 없다. 천호식품 대표가 나와 인터뷰를 하듯 몇 마디 말을 던지는 것이 전부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산수유의 효능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보다 회사 대표가 나와 자신의 성공담을 말하듯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기를 얻은 것. 산수유 식품의 기능은 다양하나 남성의 신체적 힘을 강조하며 ‘남성성’ 짙은 사회에 맞게 기획됐다.
4 20년 전 김치냉장고를 찾아 -LG
LG전자가 새로운 형태의 김치냉장고 광고를 선보였다. 신제품 스펙 중심으로 세련되고 화려한 화면을 구성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LG전자는 32년 전 광고했던 김치냉장고 모델을 찾아가는 식의 ‘드라마형’ 스토리 광고를 내놨다. 국내 최고 김치냉장고를 LG전자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리며, 당대 광고 모델이었던 배우 이경진도 함께 등장시키며 오래된 친구 같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직접적인 제품 판매보다는 회사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광고다.
++ “사실상 아이디어라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다시 조합(rearrange)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거지요. 그런 측면에서 일생동안 많은 것을 체험하고 보고 읽고 느껴야 합니다.” - 윤석태 (1938~) CF 감독의 말처럼 광고는 단순 제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 사회의 문화적,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현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을 만들어내는 콘텐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