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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우 Aug 03. 2024

차를 화분으로 쓸 정도의 여유

시곗바늘이 여덟 시 삼십 분 즘 가리킬 때 곧장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한 지 어느덧 세 달. 핸드폰 알람 없이 눈을 뜨는 습관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내 공간(현재는 카페)에 핸드폰을 두고 침대로 향하는 일종의 해방을 누리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해방이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계, 나만의 울타리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조선의 21대 왕 영조가 귀씻이를 하는 것도 일종의 해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참, 오해하긴 이르다. 누군가 내 귀를 거슬리게 하거나, 불편한 말들을 건넸기에 하는 행동은 절대 아니다.


그냥 내가 이래야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하는 행동이랄까. 조금 더 나은 삶은 시곗바늘이 아홉 시 즘 가리킬 때 우리 동네 한 바퀴를 거닐면서 유아용 자동차에 심어져 있는 화분을 본 덕분에 정의를 내리게 됐다. 늘 그렇듯이 나는 그 화분에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차를 화분으로 쓸 정도의 여유부터 되고 나서 곽진언의 <자랑>을 하기로 했다,라고 말이다. 곽진언은 <자랑>이라는 노래에서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라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흥얼거린다.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차를 화분으로 쓸 정도의 여유는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머핀과 같이 통장 잔고가 터지기 일보가 직전의 상태에서 오는 편안함이다. 그러고 난 후에 곽진언의 <자랑>을 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과연 생각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이전의 삶에서는 곽진언의 <자랑>부터 한 뒤, 차를 화분으로 쓸 정도의 여유가 자연스레 따라올 줄 만 알았지만, 이 또한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해방을 누리기 위해 화분과 곽진언의 <자랑>을 치환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해 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내일이면, 한 달 뒤면, 일 년 뒤면 완전한 해방을 할 수 있을지는 나조차 모른다. 그냥 오늘도 핸드폰을 두고 다음 날 아침 건강하게 눈이 떠지는 것에 감사해하며 내 공간에서 지금과 같이 글을 끄적이는 삶이 조금 더 나은 삶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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