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어느 멋진 밤으로 기억한다. 진혁이와 나는 동네 투다리 술집에서 만났다. 치즈불닭에 이어 어묵탕 그리고 은행 꼬지까지 진수와 성찬이는 그날도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우리는 약간의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음주학개론]에 관하여 말이다.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지만 [음주학개론]이라는 공통된 방과 후 교양 과목을 수강 중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놀라움은 하이파이브와 함께 떠났고, 곧장 첫 번째 주제 ‘병맥주는 숟가락으로 따는 것이 맛이 있을까, 병따개로 따는 것이 맛이 있을까’에 몰입하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진혁은 순하리 소주 대신 카스 병맥주를 주문했다. 숟가락으로 빵! 따는 순간 우리는 병맥주는 숟가락으로 따는 것이 맛이 있음을 깨닫고 그렇게 열띤 토론은 식어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신이 난 진혁은 연신 맥주를 주문하였고, 빵! 한 쪽 벽에 팅 맞고, 반대편 벽에 팅 맞고, 옆 테이블 민머리에 탁.
살살합시다?
넵.. .. 죄송합니다..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