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스팸 한 조각

비 오는 날 우동집에서 소주와 스팸을 시키다

by 레이

비가 오는 날 우동집을 마주치는 건 필연이라고 해야 한다. 게다가 시간도 살짝 여유 있고 배도 출출하다면 필연을 넘어 신의 선물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을 열고 작은 커운터에 앉아 벽에 붙은 메뉴판을 봤다. 이럴 때일수록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데 우동에 너무 꽂혔다. “우동하고... 음... 꼬마김밥 주세요.”

서둘러 주문하고 물을 한 잔 마시니 그제서야 벽을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으음, 먹태, 골뱅이... 으응? 안주가? 아, 술이 있구나! 소주와 맥주가 든 냉장고가 보였다. 에이, 우동집에서 무슨 소주야... 으어어억! 그러나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메뉴에서 스팸과 후라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적어도 3분 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고민했다.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맞다. 스팸만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우동을 먹는 앞에서 초저녁부터 어찌 혼소주를 한단 말인가. 이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시켰다(이 유혹을 참았다면 내가 술꾼이 아니지). 스팸과 처음처럼. 스팸이 나오기 전 소주를 반 잔하고 우동 국물을 마신 후 우동 한가락을 집었다. 후루룩. 속이 뜨뜻해지며 편안함이 올라왔다. 아, 좋다,가 절로 나왔다. 꼬마김밥을 쳐다 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스팸이 나왔다. 이 냄새. 바로 이거다 하며 한 조각을 집어 엉큼 물었다가 바로 후회했다. 뜨겁다. 하지만 나는 방법이 있지. 소주 반 잔을 다시 털어 넣는다. 그래, 스팸은 원래 짜야 맛있는 거다.

그래서 꼬마김밥을 아껴 둔거다. 스팸 한 쪽에 꼬마김밥을 얹어 와구 와구 물었다. 휴, 시키길 잘 했다.

우동과 김밥과 스팸과 단무지와 소주의 파티가 끝났다. 시간도 얼추 맞았다. 반 병을 남겼고 킵도 된다는 기분 좋은 우스개를 들으며 일어섰다. 이제 나는 텐더에 갈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 / ray, the soolk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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