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더 여유롭고 더 몸에 좋을 것 같아.
삼계탕은 꼭 여름에 먹어야 할까요? 말은 안해도 자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더위에 지쳐 기력을 잃기 마련인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긴 합니다. 뭐, 더위에 땀을 흘리며 먹는 것까지는 좋아요. 에어컨이 있어서 땀을 찔찔 흘리면서 먹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아 밀린 주문 사이로 마치 미리 만들어 둔 것 같은 삼계탕이 밀려 나오는 걸 보면, 어쩐지 맛이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복날 삼계탕이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합니다. 들어가서 그냥 한그릇 뚝딱하고 나오는 그런 기분이라서 말이죠. 음식은 즐겁게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름의 삼계탕은 배는 부르고 보신은 할 수 있겠지만 즐거움이 좀 덜합니다. 눈치도 보이고요.
그래서 저는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에 삼계탕을 더 먹습니다. 일단 따뜻하잖아요. 식당까지 가느라 얼었던 몸이 국물 한 숟가락에 저절로 녹는 것 같습니다. 땀도 흐르지 않고 천천히 먹을 수 있어요. 아, 이 재료는 이런 맛이로구나, 생각할 여유를 좀 갖더라도 쫓기지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삼계탕과 함께 닭갈비를 파는 곳도 많아요. 진한 국물과 담백한 닭고기가 땡기면 삼계탕을,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 맛과 철판에 볶은 밥이 그리워지면 닭갈비를 시킵니다. 아저씨 네 명이 가서 둘은 삼계탕, 둘은 닭갈비를 시켜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마치 요즘 젊은이들처럼요. 야, 좀 주접이지 않나? 하는 얘기도 했더랬습니다.
단골로 다니는 삼계탕 집에서는 꼭 인삼주 한 병을 주는데, 한 명이 가도 하나, 두 명이 가도 하나, 네 명이 가도 하나를 줍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이 많았다고 해서 인삼주를 더 달라고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한 잔씩 나눠서 마실 사람은 마시고 삼계탕에 넣을 사람은 넣습니다. 그러니까 한 병만 주는 거겠죠. 인삼주를 삼계탕에 넣으면 무슨 맛이냐고요? 어, 알콜은 끓는 삼계탕 속에서 날아갈테고, 인삼 맛은 원래 삼계탕에도 들었으니까 따로 별 맛이 나지는 않던걸요?
계절 상관없이 컨디션이 조금 무겁다 싶으면 삼계탕이 좋습니다. 국물과 고기, 죽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에는 유명한 삼계탕 전문점이 많기는 하지만 자주 가다 보면 결국 입맛에 맞는 가게를 찾게 됩니다. 회사 주변에도 몇 개 있는데 꼭 가는 집만 가게 되더라고요.
꽃샘 추위인가, 날씨가 쌀쌀한데 삼계탕 한 그릇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이걸로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