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한 핀란드, 노르웨이 오로라 여행 일기
오슬로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싸락눈이 내렸다.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그랬듯이,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으며, 하늘은 회색이고 낮에도 까맸다. 그래, 북구의 밤에는 눈이 내려야 어울린다. 습하고 어둡고 서늘하게 파고드는 공기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소중한 빛. 어둠은 이곳을 조용하고 평온하게 만든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에 어떤 이는 체념하고, 어떤 이는 자신에게로 파고들며, 또 그 사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즐거움을 찾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욕심 없이 손에 쥘 수 있는 그만큼의 기쁨만으로 행복한 사람들. 겨울의 어둠은 이들에게 내면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과 충만한 기쁨을 주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과 속삭이는 시간을, 끝없이 이어지는 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해 주었다. 묵묵하고 순한 사람들을 닮은 적막에 마음을 담글 수 있어 오로라를 보아도, 보지 않아도 좋았다.
겨울 북유럽의 밤은 길었고, 우리에겐 시간이 넉넉했으며, 가끔 오로라의 기적이 찾아왔다. 그 느슨한 시간 속에서 스스로와 내 곁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도닥일 수 있었다. 충만한 어둠의 시간, 북유럽의 겨울을 나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당신과 함께 한 오로라, 나의 북유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