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미모미 MomiMomi Aug 04. 2020

흙수저는 부모복이 없는 걸까?

당신의 부모님은 자식복이 있습니까?



운에 대해 생각하면 미리 정해져 있는 것, 어딘가로부터 받는 것 등 수동적인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살아가면서 생각이 점점 바뀌고 있다. 상당 부분 운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조절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운 또한 원인과 결과라는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하고, 특히나 사람의 무의식은 알게 모르게 현실세계에서 구현되어 삶의 전반을 관통해 나간다.


운을 조절함에 있어 의식적인 부분을 통해 무의식을 조절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정일 작가는
 <오래된 비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운은 움직이는 것이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의 초년운은 부모의 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가족은 운을 나누는 공동체이기에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운을, 결혼해서는 배우자의 운을, 자식이 성장해서는 자식의 운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나의 초년운은 어땠을까? 언젠가 재미 삼아 컴퓨터 사주를 보았을 때, 부모운이 별로 없다는 문구를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마흔이 넘은 지금에는 ‘나는 부모복이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저 말이 저주처럼 들려온 적도 있었.


이켜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부모 없이 자란 부모님은 가진 것이 없었기에 포장마차에서 맨손으로 시작하여 빵을 팔아 세 자매를 키웠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환경이 때로는 성장의 동력이 되었지만 아픔을 준 적도 많았다. 중학교 시절에 아빠가 친구의 사업에 보증을 선 뒤 몇 년간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기도 했고,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집안이 송두리째 흔들린 적도 있었다.

다행이도 불운이 불운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재운은 부족했는지 모르지만, 다행히도 공부운과 노력운은 충분히 있었다. 어려운 환경은 낮은 자의 자세를 온몸으로 배울 수 있게 했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위로 솟구쳐 오를 반동의 힘 또한 축적되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에 대한 기대와 진정성을 놓지 않는다면 늘 반전의 기회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귀한 가르침도  배웠다.  

세상의 반대의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동일하다.


대표적으로 행운과 불운이 그렇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 둘은 한 몸이다. 불운을 뒤집으면 행운이 된다. 뒤집는 힘은 누가 발휘할까? 바로 나 자신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은 뒤집힌다.

누군가 당신에게 운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좋지 않은 운을 넘어서면
그저 그런 좋은 운보다 몇 배 더 값진
운 잔치를 할 수 있는 대박운입니다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진부한 말처럼 들리지만, 부모는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 주었고, 삶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 사람들이다. 자식에게 늘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공통분모다.

부모의 운은 자식에게 일정 부분 대물림이 되어 그것 때문에 불우한 시절을 겪었다고 해서 당신 자식은 ‘부모복이 없어서 고생한다’라는 낙인을 찍을 필요가 없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되었다.

알고 보면 부모님이 물려준 수저는 사실상 무형의 수저다.

그것의 재질이 다이아몬드가 될지 플라스틱이 될지는 나에게 달렸다. 다른 사람이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하여 금수저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겉으로 금으로 보인다 해서 다 금은 아닐 것이고, 금수저를 유지하는 능력 또한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금수저를 부러워할 시간에 내 수저를 더 멋지게 성형해 가는데 시간을 쏟는 편이 백배는 낫다.

금수저를 물려받지 못했다고, 사다리를 걷어차였다고 불평불만을 쏟아 놓는 사이 우리의 무의식은 또 다른 불운을 저축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복을 탓하기 이전에 나는 우리 부모님께 자식복을 선사한 자식인지 의문이 든다. 이내 부모복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부끄러워진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 덕분에 누리는 휴일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