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뜻에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둘을 다르게 구분하기도 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외로움을 찾아보면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고독을 찾아보면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두 단어 모두 혼자 있어서 쓸쓸한 상태를 지칭합니다. 이 둘을 그냥 구분 없이 한 단어처럼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아 외롭다”, “아 고독하다”, 이 두 가지에 큰 차이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둘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외로움은 수동적인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로움은 내가 누군가가 필요할 때 아무도 없을 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외로움에 쳐해 집니다. 반면 고독은 일종의 적극적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나 혼자 있기를 원해서 취득해야 하는 상태인 것입니다.
수도승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고독에 처하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네딕토 수도사화 수녀의 삶을 오랜 기간 연구한 알렉스 비숍은 “외로움은 고독과 다르다… 고독은 목적이 있고 의도적인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문필가 에드워드 기번은 “고독은 천재를 위한 학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뉴턴은 흑사병이 창궐하며 대학이 문을 닫은 시기에 혼자 미적분학을 고안해내기도 했습니다. 멘델은 5년 간 혼자 칩거하며 연구하여 유전학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다윈은 자신의 저택 주변에 400미터 길이의 자갈길을 닦고 “생각하는 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이 길을 혼자 거닐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앤서니 스토르는 고독에 대해 “개인이 겪는 가장 심오하고 치유적인 경험 중 일부는 내면에서 일어나며 다른 인간과의 상호 작용과는 딱히 혹은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고독을 홀로 있음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어로 외로움은 loneliness입니다. 홀로 있음은 이와 대칭적으로 alonenes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반드시 타인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자원이 부족하던 시절에 고립은 생존 불가, 즉 죽음을 의미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개인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 중 하나가 추방, 퇴출이었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면 스캐어크로우가 추방(exile) 형을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존 윅 시리즈에서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이에게는 파면(excommunicado)이 내려집니다.
한때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 있고 싶다”는 역설적 욕구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분명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가 누군가와의 연결을 잠시 중단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분명 의미 있고 중요한 누군가와의 정서적 교감은 건강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철저히 고립되어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겪는 것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거의 동일한 정도로 건강에 유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 사회의 연결이 전방위적으로 불특정 다수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불특정 다수와의 무분별한 연결은 유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면 우리에게 지위가 일방적으로 할당되기 때문입니다. 과거 공동체의 규모는 인간의 뇌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숫자는 대개 150명 내외이며 이를 발견한 학자의 이름을 따서 던바의 숫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150명 이상의 네트워크를 관리하기를 버거워합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누군가와의 비교도, 그리고 상대적 지위도 이 정도 규모 내에서 일어났습니다. 랭킹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늘 끝에서 저기 지하까지 닿아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특정 다수의 수천만 명, 혹은 수억 명의 사람들과 연결되며 지위의 계단이 무수히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그 계단 하나를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누군가 올린 근사하게 편집된 인생의 한 장면 덕에 아래로 수십 칸씩 굴러 떨어집니다.
분명 우리에게는 좋은 관계가 필요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지위는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그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공허를 낳습니다.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고독을 취할 수 있어야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을 때 초조할 수밖에 없다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불안해지고, 불특정 다수에게는 쫓기는 느낌이 날 것입니다. 그저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누군가 없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