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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sian Dec 21. 2022

Fed는 당신이 가난해지기를 원한다 (2)

패권의 의미

지난 글에서는 미중간의 패권전쟁, 내지는 지배 엘리트 간의 권력투쟁과 이에 수반하는 그레이트 리셋의 진행 과정에서 일반 대중은 가난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리고 대중의 빈곤화는 부분적으로는 패권전쟁의 부수 효과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의도적인 측면도 있다는 암시도 함께 전달하였다. 이제부터는 지난 글의 주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글과 이후의 글에서 다루게 될 세부적인 테마는 다음의 네 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 (1) 패권은 과연 무엇인가? (2) 미중 및 지배 엘리트 간의 패권전쟁 과정에서 왜 일반 대중이 가난하게 되는가? (3) 지배 엘리트들은 왜 대중이 가난해지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거나 조장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4) 지배 엘리트들이 일반 대중을 가난하게 만드는 수단은 무엇인가? 사실 이들 세 가지 주제는 상호 연결된 부분이 많아서 논의가 서로 섞여 혼란스럽게 될까 우려된다. 독자들이 스스로 잘 정리하여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논의를 시작한다.


이제는 세상사에 매우 둔감한 일반인들조차도 우리들이 사는 세계가 더 이상 과거, 특히 지나간 30~40년(즉 소련의 붕괴부터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는 아마도 작금의 이벤트들의 영향력과 양상이 매우 과거의 그것들과 매우 차별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현재의 이벤트들은 우리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면서도 그 원인과 진행양상은 매우 글로벌한 세팅에서 발생하고 드러난다. 전 지구를 감염시킨 코로나19는 물론, 우리는 저 멀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우리의 밥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해야 하며, 과거에는 미처 들어본 적도 없는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FED)가 결정하는 미국의 기준금리로 인해 우리의 전세금이 공중분해 되기도 한다. 


또한 현재의 이벤트들이 진행되는 양상 역시 예외 없이 매우 격렬한데, 예를 들면 과거 소련의 붕괴 이후에는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의 주요 지정학적 플레이어들이 직접적으로 국제 분쟁에 참여하는 일은 없었으나, 이제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있고,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일본과 독일이 재무장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장비 금수 등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경제적 보복은 과거의 보호무역주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례 없이 노골적이고 난폭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미국 연준은 가히 폭력적인 스피드로 기준금리를 상승시키고 있다. 


이처럼 거대 스케일의 난폭한 이벤트가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에 압도되어 일반 대중은 현상의 이해를 포기하거나, 또는 기껏해야 이들을 서로 전혀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각각의 단편적인 이벤트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이벤트는 그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각자의 생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우리는 어떻게든 이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의 세상을 볼 때에는, 코로나 팬데믹, ESG,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 일견 서로 무관해보이는 이슈들이 사실은 서로 연관되어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복잡다단한 이벤트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명제가 바로 그레이트 리셋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레이트 리셋 또는 미중간의 패권전쟁이 우리들을 왜 가난하게 만드는지 살펴 보자. 일단 그레이트 리셋이란 말은 접어두고 미중간의 패권전쟁만을 고려해보자(사실상 후자는 전자의 수단 내지는 과정에 불과하다). 현재 전 지구의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그리고 여기에 도전하는 것은 중국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패권이란 무엇일까? 지금 각 대중 미디어에서는 패권전쟁이라는 말이 범람하지만, 그 누구도 패권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여기서 나는 패권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학술적으로 설명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이 세상을 가장 간편하게 이해하기 위한 편법으로서 패권에 대한 내 나름의 이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 제시한 패권의 개념에 기반하면 현실적으로 많은 것들 것 매우 쉽게 설명되기 때문이다. 


패권이란 결국, 타인에게 내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이며, 특히 재화의 분배와 관련하여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패권은 다시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나는 재화나 생산물 자체에 대한 지배력이다. 예를 들면 소작농의 생산물 일부를 임의로 취하고, 노동자의 급여를 설정하는 권능이 패권이 될 것이다. 알다시피 현재 미국은 전 지구의 부의 측정과 배분을 달러 기반에서 운용하는 시스템을 유지함과 동시에 달러의 발행 및 유통량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미국은 달러를 통해 사실상 전 지구의 부를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게 달러를 선택적으로 공급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달러 독점을 통한 경제적 권능은 모든 이들과 국가가 가지고 싶어하는 꿈이다. 그래서 이러한 경제적 권능을 확보하기 위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적 권능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는 압도적인 폭력과 무력의 독점적 보유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국가 내에서는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여 법이 폭력을 대체하지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진행되는 국제사회에서는 법이란 개념이 무의미하다). 



따라서 패권의 핵심은 결국 경제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과 군사력의 확보다. 혹자는 패권과 관련해서 문화적 영향력, 정치적 지도력 등 다양한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분명 그러한 부분도 패권을 지탱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하부 구조의 상부 구조에 대한 우위를 주장했고,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패권을 경제적 지배력과 폭력의 독점으로 이해하는 수준에서도 충분히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을 이해하고 우리와 이 세상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따라서 필자는 여기서 패권의 정의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그저 이 세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적 측면에서 패권의 의미 중 일부분을 활용하려는 것뿐이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최대한 간단한 컨셉으로 머리를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 전개될 복잡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 유리하다).


최대한 간명하게 정리하고자 했으나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본격적으로 현상을 설명하기 전에 패권의 의미를 먼저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글에서 최대한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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