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마음 #2
"시각장애인 연구를 한다고? 좋은 연구인 건 알겠는데, n 수를 채울 수는 있겠어?
사람들 모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처음 이 주제를 교수님께 말씀드렸을 때, 돌아온 반응은 신뢰보다는 의심이었다.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
순간 서운한 마음이 스쳤지만, 진짜 괴로웠던 건 그때부터 나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믿지 못했다.
매번 교수님과의 미팅 때마다 자료를 준비해 가면,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이 연구를 정말 끝낼 수 있겠냐는 질문이 늘 따라왔다.
중간 프로포절 때, 연구 자료, 심층 인터뷰와 실험 모형 등을 발표한 후에는
교수 심사위원 두 분과 지도교수님께 격려를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반복되던 말은 "좋은 연구긴 한데, 실현 가능하겠니?"였다.
‘그래... 내가 풀타임 연구만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 다니면서 병행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그래도 재밌는 연구야.’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회사에서는 대형 행사가 다섯 개나 겹쳤고, 출장과 주말근무, 야근이 이어지는 날들이었다.
돌아보면, 그 시기에 스스로를 믿는 일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달리기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불안한 감정을 다짐으로 바꾸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고,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달리기는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단단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작년 가을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올해 봄,
휴일마다 스치듯 찾아온 달리기 하기 좋은 날씨와 풍경은 너무나 짧았다.
하루 종일 달리고만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뜨는 아침은 늘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풀마라톤을 준비하며 ‘달리기란 내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라는
물음을 품었던 순간마다 나를 붙잡아준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했다.
이 연구는 나 혼자만의 성취가 아니라,
시각장애인 러너들을 위한 작은 희망의 증거여야 한다고.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길을 끝까지 가야 한다고.
다음 글에서는,
이 연구를 어떻게 실제로 진행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들이 오갔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보려 한다.
달리기를 통해 만난 세계, 그 안에서 내가 조금씩 배운 것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