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또다른 준비.
최근, 이직할 곳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참 간사한가보다.
- 교육 업계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도메인을 경험해보리라 다짐했다.
- 교육이 아닌, 웹&앱 서비스를 기획해보고 싶었다.
- 또는, 하나의 프로덕트를 매니징하는 PM/PO가 되고 싶었다.
결국 나는 모 교육 기업의 Program Developer로 이직하기로 했다.
교육 업계를 넘지도, 웹&앱 서비스를 기획하지도, 그리고 PM/PO로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니, 사실은 오히려 좋아.
이번 기회를 빌어, 나는 3~40개 기업이 넘게 이력서를 넣었고, 10개 이상의 기업에 면접을 다녔다.
그러다보니 내가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볼 수 있었다.
사실 이전 회사에는 그저 좋은 복지와 좋은 동료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느낌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할까.
어쨌든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의 우선순위 Top 3를 나름대로 정해보았다.
1. 성장성 : 내가 이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에서는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과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잘 맞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회사에 기여할 수 있고, 그로써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그런 Fit을 고려해보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완전 신입일 때는 나의 성장만을 바라봤지만, 지금은 내가 다니는 기업이 충분히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력 사항으로 남겨질 기업에 내가 어떤 기여를 했고, 그 기여가 회사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가 내 커리어에 정말 중요하니 말이다.
나와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기 위해, 지원하는 기업마다 ①어떤 비즈니스 수익 모델이 주가 되는지 ②앞으로의 기업 성장 방향과 비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③내가 지원한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기여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채용공고의 "기업소개, 주요업무"를 통해 꼼꼼히 파악했던 것 같다.
어느정도 이름 있는 대기업/중견기업/유니콘기업이라면 BM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위 사항들을 좀 더 꼼꼼히 봐야했고 말이다.
2. 동료 :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을까?
개인이 성장하려면 물론 독학하거나 혼자 경험해볼 수도 있지만
혼자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 성장의 한계를 뚫기 위해서는 혼자 일해서는 절대 안된다.
직장동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평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로부터 배울 점이 매우 많기에 중요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쌩신입이든, 아주 유능한 경력자든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각자 일하는 방법이 있고, 그것들로 하여금 난 배우고 익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해당 기업의 블로그나 유튜브를 찾아보며 어떤 사람이 있고,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찾아봤다. 물론 그런 멤버 인터뷰가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든 면접에서 알아내보기도 했다.
3. 업무 환경 및 복지 : 성장에 동기부여가 되는 좋은 환경과 복지를 갖추었을까?
'최고의 복지는 연봉', 나를 포함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구가 아닐까.
내게 있어 '복지'라 함은 '업무에 집중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의 원동력'라고 생각한다.
내 이력과 앞으로 맡을 포지션에 맞게 적절한(혹은 그 이상의) 연봉이 책정되었는지는 참 중요하다.
그리고 근무 시간이나 근무지, 기타 직원을 위한 복지는 무엇이 있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나태하게 하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복지'라고 생각한다면 또 꺼려지게 된다.
주니어 입장인 내게는 아직 배울 것도, 해야할 것도 많다.
그렇기에 '이렇게 해주면 다닐 법하지', '이런 복지면 꿀이지'와 같은 나태한 생각보다,
'이런 복지라면 충분히 업무에 집중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같은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이 3개의 기준을 고려했을 때, 모든 부분에서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에 난 이 기업을 선택한 것이다.
근데, 이건 꼭 전제를 해야겠다. 아까부터 내가 '기업을 선택했다'라고 했지만, 결국에는
그 기업이 먼저 나를 선택해주어야 한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겪은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 나 → 기업 :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인지, 내가 지원하기 적절한 기업인지를 먼저 판단하여 이력서를 넣는다.
- 기업 → 나 : 이력서를 보고 내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지 본다.
- 기업 → 나 : 테스트&면접으로 능력, 성장성, 기업과의 적합성 등 진짜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인지를 본다.
- 나 + 기업 : 처우 협의를 통해 서로 함께 하기에 만족할만한 조건인지 본다.
결국 난 연봉을 받는 직원이고, 돈을 주는 곳은 기업이다.
기업에 대한 내 기여, 내가 받을 연봉을 서로 트레이드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갑을관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현실적으로 나도 '먹고 살기 위해' 회사에 기여하는 거니까.
암묵적으로는 난 을의 관계에서 기업과 계약을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이전 회사의 일원이자 실무 면접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경험은 내가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값진 경험이었다고 확신한다.
그 입장에서, (직무/도메인/기업에 상관없이) 취업을 처음 준비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 그리고 나와 같이 이직을 준비하는 주니어 분들에게 최소 아래 2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감히 말하고 싶다.
1. 이력서&포트폴리오 : 내 이야기, 내 능력, 내 기여도를 뚜렷하게 스토리텔링하여 정리하기
2. 셀프 브랜딩 : 나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기
'뭐야, 흔한 이야기잖아'라고 하겠지만, 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 아닐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지원자가 얼마나 우리에게 기여할 수 있는지, 얼마나 성장을 가져다 줄지, 함께 일할만한 사람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심사숙고한 뒤 채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력서와 테스트, 면접만으로 지원자에 대해 100% 알기는 쉽지 않다. 아니, 절대 알지 못한다. 실제로 들어와서 함께 일했을 때, 채용 과정에서는 보지 못하는 또다른 지원자의 모습을 분명히 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기업에서는 '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 기업에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지원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부트캠프를 운영하면서, 수강생 분들에게 강조했던 것이 '나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내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그 기업이 어떤 곳인지 알고, 기업에 내 기여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함으로써 함께 일할 만한 사람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 이력과 경험을 잘 정리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나를 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타인에게 알리는 셀프 브랜딩 활동은 취업과 이직을 하는 데에 분명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셀프 브랜딩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또한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직할 곳이 정해졌음에도 말이다.
적어도 난 그 기업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직할 기업에서 언제 어떤 장애물이 발생할지, 또는 언제 어떤 새로운 경험과 기회가 있을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셀프 브랜딩 활동을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Data-Driven PM/PO로 거듭나려면, 이번 기업에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일하고 기록하고 정리하여 한층 성장해야 한다. 지금 당장 PM/PO 포지션이 아니라도 좋다. 어쨌든 여기서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가까운 미래에 나를 PM/PO로 만들어줄 훌륭한 양분이 될 것이니까.
그런데, 나 또한 여전히 정하지 못한 것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 도메인에서 궁극적으로 일하고 싶은걸까?
참 아이러니하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서비스/콘텐츠/도메인에 대해 최소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솔직히 난 아직 여러 도메인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도메인에 일해보고 싶다.
게임을 좋아하는 나로서 게임 업계에서 게임 사업 PM도 해보고 싶고, 모빌리티나 금융 관련 경험을 가진 나로서 그 분야의 서비스 기획자 또는 PM으로 일해보고 싶기도 하다. 혹은 혁신적인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PM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처음 교육 업계로 온 이유도 '다양한 도메인의 트렌드를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도메인을 일택하는 확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궁극적인 내 미래의 모습은 '넓은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에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분을 넓게 바라볼 줄 아는 PM'이다.
그래서 최근 내가 일해보고자 하는 도메인에 대해 로드맵을 그려보고 있다.
첫 직장은 HR 및 교육 업계의 오프라인 서비스 위주였고, 다음 직장은 동종 업계의 온라인 서비스 위주라고 본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일단, 지금 생각하는 Next는 '게임' 업계다.
앞서 말했듯 나는 게임을 참 좋아한다. 실제로 다양한 개발사의 다양한 게임을 해봤고, 어떤 게임에선 라이트 유저로, 또 어떤 게임에서는 헤비 유저로 활동했다. 게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기도 하고, 그 게임을 연구하고 분석해 가이드도 써보기도 했다. 비록 게임과 관련되어 이렇게 관심만 있고 관련 경험은 없지만, 앞으로 프로젝트 등 다양한 경험을 채워나갈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당연히 다양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이 의문들에 대해 나는 스스로 답을 내려본다.
Q. 왜 굳이 게임 업계냐?
HR 및 교육 업계에 있으면서, 특히 나노디그리 자체가 내겐 참 의미있고 재미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 내 활동들로 하여금 새로운 고객(신규유저)를 내 상품/서비스/콘텐츠/프로그램에 끌어들이는 것.
- 내가 분석하고 고민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 노하우를 수강생(기존유저)에게 알려주는 것.
- 업계의 전문가(헤비유저)로부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수받는 것.
- 그리고 환경과 경험치가 다른 그들과 내가 함께 어울려 또다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
말 그대로 나노디그리는 내게 있어 또 하나의 네트워크(Network)였다.
마찬가지로, 게임 또한 하나의 '넓은 세계이자 사회'이고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이 광활한 네트워크에 속해 업무로서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해보고 싶다.
Q. 아직 다음 직장에 입사한 것도 아닌데, 벌써 Next를 선택하는 것이 맞나?
확실히 벌써 Next를 선택한다는 것은, 앞으로 입사할 이 기업에게 다소 무례할 수 있다. 그치만, 그래도.
물론 교육 업계가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훨씬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전에 다녔던 기업이 앞으로도 폭풍 성장하길 바라고, 입사하게 될 이곳 또한 최선을 다하여 기여함으로써 함께 잘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그 누구도 한 개인이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더 넓은 세상, 더 다양한 업계에서 일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곳은 분명, 앞으로 내가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충분히 내 선택과 도전을 존중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또 하나 여담이지만, 지금부터 Next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Q. 도메인 및 직종 변경은 정말 어려운데, 이전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으로 가야할 수도 있는데 괜찮나?
도메인 및 직종 변경이 어려운 것은 익히 알고 있고, 경력을 포기해야할 수도 있는 것 또한 익히 안다.
그런데 도메인 변경이 전혀 안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실제로 나노디그리를 하면서 도메인과 직종을 변경한 사례를 꽤나 봐왔기 때문에, 그것은 순전히 나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어떠한 일을 하든 경력을 포기하는 것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전 경력들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 중 분명 쓰이는 것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으로 가면 뭐 어떠한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익히는 것 또한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인데. 아, 물론 연봉은 낮아지려나? 그것 또한 어떠한가. 나의 가치를 올리는건 오롯이 내게 주어진다.
새로운 것에서 충분한 기여를 해내려고 하자. 이미 나의 노력과 열정으로 내 가치를 올린 경험이 있으니까, 새로운 업계에서의 신입이 된다고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업계에서의 내 가치가 잠시 낮아질 뿐이지, 나라는 사람 자체의 가치는 여전하고 업계에서의 가치는 J커브를 그리며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주변에 내 불안한 미래를 고민처럼 말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다들 감사하게도 이렇게 말해준다.
아냐, 넌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걸.
(이 자리를 빌려 내 하소연을 받아주는 모든 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내 MBTI가 J형을 강하게 띄고 있다보니,
계획되지 않거나 정해지지 않은 것은 항상 불안하다.
하지만 이런 위로와 격려 덕분에,
최근 나는 보답하듯 내게 말하고 있다.
난, 아직 젊은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람이야.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다양한 도전을 해봐.
그리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봐.
매사가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정해지지 않은 매순간을 꼼꼼히 계획하는 노력을 다해봐.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고 올바른 길이야.
그러니, 최선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