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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SSY GOODY Feb 09. 2024

[구.말 EP 05]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뒤늦은 2023 회고, 그리고 2024년 커리어 전환.

#21.


(마지막 글 기준) 무려 1년 6개월만에 새 글을 작성한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정말 쉴틈없이 바빴고 정말 쉴틈없이 놀았다.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업무와 성장에 목말랐고, 한편으로는 충분한 휴식이 늘 필요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성장했고, 지금의 나는 30살이다.


이 챕터에선 1년 반 동안 그간 있었던 일을 아주 짧게 요약하고 싶다.


- (지난 챕터에 이어) 나는 결국 첫 이직에 성공했다. (교육업계 Program Director로.)

- 교육 기획의 도메인이 넓어졌다. (데이터부터 마케팅, 세일즈, 사업전략까지)

- (실제 직명은 아니지만) 그토록 원하던 Analyst 업무를 시작했다. 이벤트 텍소노미 제작, SEO, 내부 지표 관리, 데이터 플랫폼 일원화 프로젝트까지.

- 뜻밖에 Team Lead도 되었다. (물론 팀원은 1명, 아니 어쩌면 0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2023년 10월, 아름다운 퇴사 후 짧은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2024년, 'PM'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22.


사실 1년 반 동안의 일을 이렇게나 짧게 요약하기엔 참 스펙타클하다.

어떻게 내가 교육 기획 도메인을 넓혔고, 애널리스트 업무를 할 수 있었고, 팀 리드가 될 수 있었고, 그리고 직무 전환까지 할 수 있었는가.

회고하자면 얼마나 길어질 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어떤 활동이든 꾸준함이 참 중요하다. 그러니 이렇게 1년 반 만에 글을 쓰지. 아직도 부끄럽다.)

아무튼,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짧은 2023년 회고로 천천히 되짚어본다.


교육 기획 도메인이 넓어졌다.

처음 해당 기업에 입사했을 때, 대표님과 간단히 커피챗을 했다.

나의 앞으로 업무에 대한 다짐과 포부, 그리고 내 비전과 커리어 계획까지 전부 알려드렸다.

그랬더니 참 놀랍게도, 참 감사하게도. 대표님은 나를 인정해주시고, 설계해주셨다.

그 설계의 첫 단추로 미션을 주셨다.

"무엇을 위한" 교육이 아닌, "누구를 위한" 교육을 만들어라.

그 결과 데이터사이언스라는 '도메인'에만 머물러 있던 내 뇌구조에 "비즈니스"와 "CX"가 주입되었고, 코호트 기반의 교육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

무언가를 기획한다는 것은 그 인사이트를 정량적/정성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떤 기획이든 단지 감으로 하기보다, 실제 자료와 지표를 보며 더 좋은 것을 기획해야 한다.

마침 해당 기업에서는 더 좋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지표를 매주 분석했다.

처음 시작은 그런 지표를 이해하는 단계였고, 그다음 새로운 지표를 발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업무에 워낙 관심이 많았던 덕인지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회사와 동료들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노후화된 데이터 텍소노미를 새롭게 설계하고, 동료 모두가 데이터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일원화했다. 그 또한 내가 주축이 되었다.


Team Lead가 되었다.

그 기업의 직원은 사실 적었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료 모두가 One-Team이 되어 A to Z를 실행하고, 0 to 1을 만들고, 1 to 10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기에 각자가 "리더십"을 가져야 했다.

그 기업은 이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부여했다.

제품 기반 성장(Product Led Growth)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고객의 행동 파악이며,

고객의 행동을 AARRR 퍼널 형태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이 기업은 그 기반으로 팀을 재편했다.

내가 맡게 된 팀은 잠재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기존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Conversion)"하는 팀.


짧은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다 돌연, 퇴사를 결심했고 실행했다. 큰 이유는 2가지.

- 정신적 충전이 필요했다.

- 직무전환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기업에서는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다.

(깔끔한 오프보딩을 거쳐, 퇴사자가 해당 기업에서 퇴사 세미나까지 할 정도면 충분히 아름다운 이별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인생에 "공백"이 정말 전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갔고, 군대 2년 후 바로 복학했고, 일반휴학 없이 졸업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스타트업 입사 후 휴직 없이 두 번째 스타트업까지 다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타트업에서의 4년은 어느 기업의 20년과도 같을 것이다.

업무 범위는 날뛰고, 방향성은 수시로 바뀌며, 성장을 멈추면 도태된다. 그게 스타트업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온전한 "나"를 찾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다음 회사를 준비하지 않고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2023년 회고는 이것으로 끝.



#23.


휴식기를 가진 동안 내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특히 여기서 본 스토리의 EP 03을 되돌려본다.

당시의 난 진정한 PM으로 거듭나고 싶었다.

그리고 PM이 되기 위한 역량, 그리고 지금 내게 부족한 역량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 PM의 요구 역량 >

1. 고객 중심적 사고(UX)

2. 시장과 제품에 대한 이해(Business)

3. 다양한 제품 개발 환경(Tech)

4. 애자일한 협업 방식(Communication)


< 당시 내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역량 >

1. 온라인(웹/앱) 환경에 대한 이해

2. 서비스 기획 마인드셋

3. UI/UX의 이해

4. 스쿼드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5. 프로젝트 관리

6. 보다 넓은 비즈니스 도메인


맞다, 난 PM이 되고 싶었다.

2023년 11월부터 연말까지 쉬면서, 나는 다시금 내 목표를 뚜렷하게 각인한 뒤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15의 To Do List를 지금에서야 하나씩 완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이전 회사에서 많이 경험한 부분도 있다.)

- 지금껏 정리하지 못했던 이전 경력들을 문서화하고 이력서 다듬기 (완료)
- 서비스 기획과 UI/UX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습득하기 (강의 수강, 독서 활동 등) (진행중)
- 스토리보드 제작 도구(XD, Sketch, Figma 등) 익히고, 나만의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해보기 (완료)
- 배운 것들 기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참여해보기 (완료, 후술)
- PDF로 정리된 포트폴리오 만들기 (완료)
-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협업 도구 다양하게 다뤄보기 (완료)
- 기업 분석하기 (완료)


이를 통해 내게 부족했던 역량을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원하고, 지원하고, 지원하는 것.



#24.


쉬는 동안 약 80여 곳의 회사에 지원했다.

지원한 직무의 비중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 분석가" 50%
"Product Manager" 49%
"교육 기획자" 1%

1%를 제외하고 모든 지원이 이전 경력들에 비해 전혀 다른 '커리어 전환'의 시도였다.


결론적으로는 2개 회사를 제외하곤 모든 기업에 서류 단계에서 떨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좌절스러웠고, 불안했다.

3달을 쉬니 점점 얇아지는 지갑과 흩어지는 지난 업무의 기억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업무의 공백이 눈에 보였다. 나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내 역량들에도 힘이 빠졌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난 서류 합격한 2개 회사에 온 힘을 바쳤다.

이쯤에서 두 회사에서의 구직 스토리를 잠깐 풀어보려고 한다.


콘텐츠&교육 업계 스타트업 A사의 '시니어 교육MD'

연매출 240억, 트래픽과 고용인원 모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유망한 기업 A사.

처음에는 A사에 데이터 분석가로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그런데 얼마 뒤 해당 회사의 채용담당자가 날 관심있게 봤는지 교육MD 포지션 제안을 주셨다.

당시 불안함 속에 휩싸였던 난 이 제안도 감사히 받아야 했다.

간단한 커피챗부터 팀장 인터뷰, 인성검사 및 컬쳐핏 인터뷰까지 약 2~3주 간의 채용 과정동안 최대한 내 모든 것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동종업계이기도 했고 주요직무이기도 했던 터라, 나의 경험은 A사 교육MD로서 최적의 조건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컬쳐핏 인터뷰 이후 연봉 및 입사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눌 만큼 나를 채용하겠다는 확신을 주었다.


정책 추천 플랫폼 운영 스타트업 B사의 'Product Manager'

창업 3년 만에 Pre-A 투자 유치를 받은, 국가에서 좋아할 만한 '정책'을 BM으로 하는 신생기업 B사.

B사는 사실 이전 회사에서부터 연이 있었다.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기획하던 세미나들 중, 정책 추천 플랫폼의 인사이트를 알려주는 세미나가 있었다.

B사 대표님이 직접 강연하셨고, 나는 기획자로서 최선의 고객경험을 제공했다(고 자부한다).

이후 채용공고를 보다가 B사 Product Manager 공고를 발견했고, 이미 해당 기업의 비전을 알고 있던 나는 역량을 확인하고 급히 지원했다.

그리고 신년 안부인사 겸 B사 대표님과의 커피챗을 가졌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자리가 뜻밖의 컬처핏 인터뷰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원했던 목적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 이후 아주 짧은 시간(단 일주일)만에 채용 과정이 모두 이루어졌는데, 여느 일반적인 채용과정과는 전혀 반대로 진행되었다.

서류심사 → 컬처핏 인터뷰 → 실무자 직무 인터뷰 → 실무 프로젝트 테스트

특히 실무 테스트는 To do List에서 전술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마냥 밤을 새워 진행했다. (사내보안 상 테스트 내용 비공개)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난 당일, B사로부터 바로 합격 통보를 받고 1시간 만에 오퍼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선택은, 결국 "PM"이었다.



#25.


나는 B사의 'Product Manager' 입사를 선택했고, A사에 채용과정 중단을 요청했다.

비록 스타트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아래 의미에서 상당히 성공적인 전환 시도라 생각했다.


1. 첫 직무 전환

교육MD라는 타이틀을 벗을 수 없었던 내가, 무려 하나의 프로덕트를 관리할 'IT서비스 PM'이 되었다!


2. 첫 도메인 전환

교육업계를 벗어나, '정책'이라는 완전 새로 경험해보는 업계에 처음 도달했다!


3. 매력적인 비전과 BM

데이터 기반으로 정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이름만 들어도 블루 오션인데 성장성 높은 BM까지 가졌다!


4. 더 매력적인 업무환경과 처우

지하철 타고 (Door to Door) 50분 걸렸던 출근길이, 걸어서 20분 걸리는 회사다!

게다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만족스러운 연봉 제시까지!


그래. 전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작성일 기준) 입사한 지 일주일 째인데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워커홀릭이 된 듯, 벌써부터 야근을 하는데도 일하는 게 재밌고 하루하루 설렌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성장할 것이다.



#부록.


이제 입사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모르는 것 투성이다.

회사문화에 익숙해지고 + 도메인을 익히고 + 직무를 익히고 + 경험을 쌓아야 하기에

남들보다 백배천배는 더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PM이 되었다고 해서 내 목표의 끝이 아니다.

되려 내 목표의 시작이다.


"성장했다"는 것은 과거형이며, 그 끝을 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성장할 것"이라는 미래지향형 워딩을 항상 인지하고, 내 끝을 스스로 정하지 않도록 하자.


다음 글을 또 언제 쓸진 모르겠지만,

이번 글을 쓰면서 지난 글에서의 나보다 한층 성장함을 봤으니,

다음 글에선 이번 글보다 한층 더 성장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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