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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삼류 Dec 25. 2021

가타카 리뷰 (스포주의)

나의 세계관을 흔든 스크린속 에단호크의 눈빛

세상의 불규칙은 가타카로인해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



 나는 통상적으로 유전학적인 한계는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염세주의적인 사상이다. 그러나 나는 사는 내내 끊임없이 한계를 경험했다. 100세시대 초반을 달리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건방진 견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살면서 나의 인생만을 경험하지 않는다. 간접적으로나마 타인들의 삶을 경험한다. 간접적으로 느낀 삶의 형태 그리고 나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유전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한계를 완벽한 의학(초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인류는 겨우 18세기에 비누를 대량생산 하는 데에 성공했다.


 인간은 우주만큼이나 복잡한 생명체다. 인간이 가진 한계와 결함을 의학이라는 초능력을 사용하여 원하는 만큼의 능력치를 가지는 것은 200만년정도가 걸릴 것 이라고 예상된다. 나는 어린 시절에 90년대 생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사실 자부심이라기 보단 일종의 안도감이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이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니까 말이다. 소중한 추억을 담을 카메라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사치품이고 통화, mp3, 네비게이션 등등의 역할을 하는 핸드폰도 없고 또 아주 먼 옛날엔 생리대나 휴지,콘돔같은 인간의 필수품이 없었으니 나는 90년대생으로 태어나서 운수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나는 나 스스로가 굉장히 옛날사람이 된 것 같음을 느낀다. 미래인류의 입장에서 볼 때 2021년에 사는 나는 조선시대에 사는 사람과 한 카테고리에 묶일 것 같다. 물론 전화기도 없는 조선시대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느낄지라도 가늠 할 수 없을 만큼 먼 미래에서 보면 그러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죽을 때 까진 인간이 가진 결함을 모두 고칠 수 있는 완벽한 의학은 탄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나의 믿음이 깨지는 일이 내 생에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말이다.


 무튼 이런 염세주의자인 나에게 가타카는 아주 큰 울림을 줬다. 영화의 주인공인 빈센트는 열등한 인간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완벽한 동생과 늘 비교를 당한다. 빈센트는 의사가 만든 완벽한 유전자들만 갈수 있다는 가타카를 꿈꾼다. 왜냐하면 가타카에서는 뛰어난 요원들을 뽑아 우주로 보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탁월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어디서든 차별과 핍박 또는 열등감을 느끼는 인간들은 항상 자기가 있는 그 곳을 떠나려고 한다. 빈센트에게 우주란 새로운 차원이었기에 차별과 열등감이 넘쳐나는 지구보단 우주에 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곳엔 그런 것들이 없을 거라고 믿기에 또는 바라기에.


 주인공은 우주로 가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에서는 운동 중에 땀을 뻘뻘 흘리며 우주항공에관한 책을 읽는 것으로 연출했다. (그 밖에 여러 연출이있다. 영화로 보기를 바란다.)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로 빈센트는 온 열정을 다해 우월한 유전자들만 갈 수 있는 가타카에 들어간다. (물론 빈센트는 열등유전자여서 들어 갈 수 없었지만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유전자 조작인간 “제롬”의 신분을 훔쳤다.) 빈센트는 그곳에 있는 완벽한 유전자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그의 우주 행은 당연 할 만큼. 하지만 난 이 부분에 대해서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는 건 사실이다. 의학의 도움 없이 노력한다고 우월한 유전자들 보다 더 잘할 수 없으니까. 그게 내가 가진 가치관이니까.


 그러나 난 영화에서 까지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의 가치관과 세상의 규칙에 위배되는 전개가 좋았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쉽게 말할 수 있다.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을지라도 끝없이 노력하고 원하면 그것은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 대본을 쓴 작가는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아주 세련되게 전했다.


 주인공은 몇차례동안 우주에 가지 못할 위기를 만난다 그 때마다 흔들린다. 눈빛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우주라는 공간으로 가는 것이 “빈센트” 라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꼭 해야 할 사명이라는 듯이. (배우 에단호크의 연기를 보고 나는 많이 울었다.) 그리고 수 많은 위기의 끝에서 빈센트는 우주로 떠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마지막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소변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이나온다. 그때 에단호크가 보여준 명연기는 아직도 잊을수가없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할 순간이 없을 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자신의 영역밖에있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는 깨끗한 포기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를 동경했던 의사는 부적격판정을 적격으로 바꿨고 왼손잡이라는 열성인자를 가진 빈센트에게 충고를 해준다. 빈센트는 오른손으로 왼쪽손목을 잡고 뒷짐을 진채로 의사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엄청난 스테레오타입을 가진다. 규칙을 꼭 지킬것이고 매사에 이성적이고 냉정할 것이라고 그런 의사가 가타카라는 차가운 느낌의 필름내에서 가장 따뜻한 인물로 등장한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가타카의 명대사들


“나는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기 때문에 너를 이기는거야.”

빈센트는 매순간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았다. 항상 그런 태도로 삶을 살아냈을 빈센트가 안쓰러우면서도 부럽다.


“가능한지 아닌지의 운명을 정하는 건 자신의 몫이잖아”

동의할 수 없지만 매사에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이다.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대도 매 순간 저런 마음가짐으로 삶을 마주한다면 적어도 관짝에서 눈감을 때 후회없을것같다.

“하나만 기억해줘요, 난 최선을 다했었고 그 누구보다 뛰어났어요. 처음부터 떠날 수 있었다면 영리해질 수도 없었겠죠”

한계가 있는 인간인 것이 가장 큰 한계였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더 괴물이 된 빈센트. 신이 던져준 운명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바꿨다. 난 이 대사가 가장 좋았다. 오히려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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