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건 내가 아니라 너야

by 발작가


아까 상담에 대한 단상을 적다가, “괜찮은 것” “괜찮다” 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괜찮다, 라는 말을 참 싫어하는데 왜냐하면 대부분 내가 누군가에게 괜찮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들었던 말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악몽처럼 기억에 남아있는 괜찮다는 말에 대한 것은 유학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몇 명의 사람에게 괜찮다는 말을 계속 들었는데. 한 명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친구는 내가 학교 수업에 빠지고 집에 누워만 있고 낙제점을 3과목에서나 받았을때도 “괜찮아” 라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괜찮다니... 내가 지금 이렇게 일상생활이 망가져 있고 낙제점까지 받았는데도 괜찮다니. 나는 화가 났다. 대체 어디가 괜찮다는거니?!! 네가 나였다면 과연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하면서 친구에게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었다.



두번째 세번째 들었던 유학 시절의 괜찮아 의 악몽은 학교 교수님이나 상담사들에게서였다. 나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 하나 없는 상황에서 까막눈처럼 학교를 다니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봤는데. 하루하루가 너무나 절망적인 것이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졌고 이대로면 분명 졸업도 하지 못할거라고.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그 과목의 교수님들을 직접 뵈러 찾아가거나, 아니면 학교 상담센터 같은 곳에도 찾아가 보았다. 결론은 모두다 “You’ll be fine!!” 이라는 말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한번은 그 말을 듣고 너무 빡치고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혼자 소리를 질렀다. 나는 fine 하지 않아!!!!!!!!!!! Fine 한 건 너겠지!!!!!!!! 무척이나 화가 났다. 정말 객관적으로 나의 상황을 듣고 봐도 나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고 아픈 상태였는데. 친구도. 교수도 상담사도 모두가 그놈의 “괜찮아” 를 외쳤다.



괜찮다는 말이.. 사실은 내가 괜찮은게 아니라 그들이 괜찮아야 했던것은 아닐까. 누군가 와서 고민을 털어놓고 힘든 것들에 대해 말을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라한다. 당황을 하는 경우도 있고.위에서 말한 사람들처럼 무조건 “괜찮아” 를 외치는 경우도 있다. 왜냐, 그 얘기를 들은 그들은 어떻게든 그 사람의 고민이나 힘듦을 해결해주고싶거든. 또는 그런 이야기를 듣는것이 힘들어서 자기 회피적인 생각으로 이어져서 “괜찮아”가 나오는 것일수도 있다. 어느쪽이든 “괜찮아”를 듣는 사람은 화가 나고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내가 괜찮지 않은 상태인데... 아무리 주관적인 느낌이라고 해도 그 주관적 느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실과 증거들이 있을텐데. 사람들은 그것마저 무시한다. 마치 본인이 힘들 때 본인의 힘듦을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워 회피하는 것 처럼, 타인의 힘듦도 똑바로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다.



나는 유학 이후에는 이런 “괜찮아” 를 당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괜찮아” 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하고 힘들었다. 사실 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느낌 등이 자신의 것이 된다면... 속된 말로 입장바꿔 생각해 본다면? 그들 역시 그 속에서 괴로워하고 펄쩍펄쩍 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괜찮아”를 외침으로서 상황이나 감정을 회피하려 한다. 얼마 전 1년간 상담을 한 상담자와의 경험에서도. “괜찮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정말 답답하고 때론 화가 났었다. 불과 얼마 전 최근 상담쌤과의 상담에서도 쌤이 “괜찮아요” 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나는 손을 불에 덴 듯 펄쩍 뛰면서 전 그런거 싫어요!!! 하고 외쳤었다. 상담쌤은 내가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의 내담자 ㅇㅇㅇ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고 내게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셨다. 적어도 이 솔직함이 나는 좋았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욕심을 낼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물론 쌤은 “괜찮다” 라는 말을 거의 하지도 않으셨고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시는 것 처럼 보였다. 물론 나는 상담쌤이 감정과 상황을 회피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고 그럴거라고 함부로 추측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이젠 “괜찮아” 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야 괜찮아를 외친 사람도 듣는 사람이 어떤지를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변화과정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란 정말 괜찮을 때 쓰일 말이어야 할 것. 정말로 객관적/주관적으로 모두 볼 떼 10명중 10명이 괜찮다고 생각할 것 같을 때에만 쓰여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괜찮아, 라는 말 자체로 위로를 받고 힐링된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 등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괜찮아, 라는 말을 듣고 정말로 괜찮지 않은 상황인데도 아.. 내가 정말 괜찮은데 힘들어하는거였나? 내가 그렇게 나약한거였나?? 라는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괜찮아 라는 말은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대부분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괜찮아, 라는 말을 한다면 사실 그 말을 하는 자신이 괜찮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상황과 감정과 생각과 느낌을 기준으로 봤을 땐 괜찮기 때문에. 괜찮은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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