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에서 이야기 한 주제들에 대한 생각정리 목록을 만들어 보았다. 대략 11개 정도 나오는데. 하나하나 마다 너무 심오하고 깊은 주제라서 쉽게 건들이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각각의 주에에 대해 짧게 짧게라도 단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생각 정리
1. 상담이란 무엇인가
2. 상담에서 관계란 무엇인가
3. 상담에서 감정교류란 무엇인가
4. 감정교류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
5. 감정교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얻고자 하는 것들은?
6. 삐약쌤, 주치의쌤과의 관계/ 신뢰 형성에 대한 정리
7. 어떤 상담 방식을 추구하는지? (단순 수다/ 깊이있는 대화/ 감정교류)
8. 상담을 통해 궁국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
1. 상담이란 무엇인가
상담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길고 깊게 생각을 해 보았던 것 같다. 몇 명의 상담자를 거치면서 각기 다른 상담자들의 성향과 스타일, 상담 방식을 보면서 결국 느꼈던 건.... 상담이란 '함께 하는 것' 내담자가 탄 배와 조금 거리가 떨어져서 상담자의 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내담자의 배에 같이 올라 타서 항해를 해 나가는 것. 이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 깨달음에는 누다심 센터에서의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들이 쌓인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었나? 묻는다면, 비교 대상이 있긴 있었다. 잠시 상담이 강제 종결되고 나서 타 센터에서 1년간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만난 상담자는 나와 거리를 꽤나 멀리 두었고 늘 차분하고 평온한 표정과 말투로 모든걸 덤덤히 받아들이고 괜찮아, 를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의문이 계속 들 수 밖에 없었다. 괜찮다고?? 정말 괜찮은걸까??? 괜찮은건 내가 아니라 상담자 자신이 아닐까.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괜찮다고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상담이 끝나면 속으로 날 욕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렇게 자신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평온한 상태로 괜찮아, 를 말하는 사람에게 내가 가지는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한다' 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함깨 한다기 보다는, 상담자 자신은 먼 발치에 떨어져서 ㅇㅇ씨 이렇게 해요~ 저렇게 해요~ 이렇게 하면 괜찮아질거에요~ 하고 조언들을 하는데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들이 오롯이 나 혼자서 해야할 몫이라는 인상을 남겨줬기 때문이다. 내가 오랜시간 경험한 상담에서는, 늘 함께. 같이 해쳐나가는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았다. 즉, 이렇게 해요~ 저렇게 해요~ 라는 지시가 아닌, 우리 같이 이렇게 해봐요, 저렇게 해봐요! 하고 상담자 자신도 내 삶의 일부에 포함된 사람처럼 그렇게 함께 한다는 메세지를 주면서 내가 변화하는데에 갖는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없애 주었다. 왜냐면 나 혼자서만 감당해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사그라들기 때문에. 전에 오랫동안 상담받은 상담자는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ㅇㅇ씨, 상담자가 도움을 주는 사람 같아요?? 아니, 도움을 주는 사람은 사회복지사나 봉사자 같은 사람들이지 우린 도움을 주려고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상담자는 같이 버텨주는 사람인거야" 이 말이 꽤나 인상깊게 남았다. 도움을 준다면 정말로 타 센터에서 만났던 상담자처럼 먼 발치에 떨어져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늘어놓고 내 상황에 대해 무조건 긍정적인 쪽으로만 봤을 것이다. 하지만 버텨준다? 함께 한다? 라는 역할이라면 정말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처럼 옆에서 내담자의 어떤 다양한 모습을 보더라도 그 사람을 떠나지 않고 견뎌내어 주는것. 견뎌 내 준다는 말이 조금 일방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이건 무조건 받아준다는 의미가 아닌,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갈등도 하고 여러 감정들을 나누고 주고받으면서 계속 그 사람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상담이란 '함께 하는 것' 인 것 같다.
2. 상담에서 관계란 무엇인가
상담에서 관계란.... 상담을 이어나가고, 치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요소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야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자신의 힘든 점이나, 치부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점이나 치부를 드러낼 수 있어야만 치료적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 그리고 라포형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관계란 어느 정도 까지의 관계를 말하는가. 역시나 내 경험에 의하면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가족만큼, 아니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예를 들어, 별로 친하지 않은 지인이나 길가다 마주친 남이 내게 하는 잔소리? 쓴소리? 같은 것들은 내게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기껏해야 약간 기분이 상할 뿐 욕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족이 내게 하는 잔소리나 쓴소리는 어떠한가.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인 사람들의 말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상담자가 하는 말이 내담자에게 큰 영향을 주고 나아가 변화를 꾀하기 위함 이라면, 상담자의 말도 가족이 하는 말처럼 그 영향력과 효과가 대단해야 한다. 따라서 상담자와 내담자와의 관게는 가족만큼이나 친밀하고 편안하면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물론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관계에서 오는 혼란과 복잡함 그리고 양가감정들을 상담자와의 관계에서도 또한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앞서 말한 '함께 하는 것' 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또다시 함께 해쳐 나가고 극복해야 할 것이다.
3. 상담에서 감정교류란 무엇인가
상담에서 감정교류란 위에사 말한 상담자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가족과도 같은 친밀하고 내밀한 관계를 맺는다면 상담자, 내담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이 무척이나 다양하고 복합적일 것이다. 다시 가족의 예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흔히 가족을 떠올리면 아무도 난 가족이 너무좋아!!! 라고 해맑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족이란 우리에게 늘 복합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기도, 밉기도,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안쓰럽기도한 우리의 가족.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들 속에서도 아마 대부분읜 사람들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엄마 또는 아빠 를 사랑해. 말로 표현하거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 깊이 부모님이 나를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도 그분들을 사랑해. 이런 가족에 대한 마음은 결과적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과 깊은 관심, 사랑으로 결론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가족에 대한 애정을 원동력으로 직장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며, 사회에서도 또 열심히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상담자의 역할도 가족의 역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깊은 관계를 맺고 다양한 감정들을 서로 나누고 그 감정들 속에서 결과적으로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생각하는구나... 애정하는구나.. 라는 두터운 신뢰와 믿음이 생기게 된다면, 내담자들은 아무리 가족에 대한 사랑이 없더라도 상담자에 대한 신뢰만으로도 직장에서, 사회에서, 학교에서 열심히 애쓰며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즉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열심히 일하고 애쓰며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 배로 따지면 배가 앞으로 슝~ 하고 힘차게 나아가게 하는 모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상담자에 대한 신뢰와 라포 형성은 다양한 감정 교류로부터 형성되고 나중에 그것들이 쌓여서 내담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충분한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4. 감정교류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
그럼 감정교류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이 대화할 때에는 단순 소리로 전달되는 언어 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그 대화를 완성시킨다. 예를 들어, 말소리의 톤, 어투, 눈빛, 표정, 뉘앙스 등이 있다. 내가 주로 상담자나 치료자에게 감정을 전달 받을 때에는, 뭔가 조금은 더 큰 제스쳐들이 있는 것 같다. 눈빛과 목소리 톤에서는 일단 내가 널 많이 생각하고 있어. 많이 애정하고 있어. 라는 느낌(주관적인) 이 풍겨오고, 목소리 자체에서 전달되는 말에는 굉장히 감정적인 목소리?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사실 아주 예전에는 나는 상담자가 나한테 소리지르고 욕하고 그렇게까지 격하게 반응을 했어야만 감정이 느껴진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의사쌤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은 그렇게 거칠게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데도 어떻게 감정이 느껴지는지 궁금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사실 굉장히 나의 주관적인 느낌? 같은 부분이기에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5. 감정교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얻고자 하는 것들은?
이 부분은 이미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감정교류를 통해서 나는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싶다. 아무리 직장에서 터지고 인간관계에서 치이고 힘든 날들이 온다고 해도, 상담 선생님과의 관계, 즉 감정교류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아..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선생님이 있지. 걱정해주시는 선생님이 있지" 하고 되뇌며, 다시 일어서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내가 예전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과 같다. 이미 한 번 이것에 대해 경험을 해서 그런지 자꾸 이 상담 관계에 대해 집착하게 되는것도 같다. 분명 언젠가는 끝날 관계이긴 한데. 언젠가 끝나고 혜어지게 되더라도. 상담선생님과 나눈 감정교류라든지, 깊은 관계, 그리고 신뢰 같은 것들이 내 안에 깊이 남아서 그 후에 선생님 없이 홀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더라도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6. 삐약쌤, 주치의와의 관계/ 신뢰 형성에 대한 정리
삐약쌤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쌤은 내 블로그도 안보시고, 사적으로 연락도 할 수 없는 사이인데. 어떻게 이런 깊은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자주 만났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내게는 자주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눌 대상이 필요했고 그것을 원했기 때문에. 삐약쌤의 병원에서는 그것을 만족시키기가 아주 편리하여 일주일에 3~4번 병원에 가면서 2~30분 동안 떠들어서 그런지 금새 친해졌다. 물론 삐약쌤도 첨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첨엔 나 힘든데 너무 긍정적인 얘기만 하는것같고 그래서 짜증도 났었다. 하지만 계속 만날수록 쌤이 얼마나 나를 애정하시는지, 얼마나 내게 감정적으로 반응하시는지를 느꼈기 때문에.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주치의쌤과도 아마 입원을 했을 당시에 11일 동안 매일 30분씩 면담을 했고 그래서 더 친해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주치의 특유의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부분, 무척 솔직담백하게 이야기 해주시는 부분에 반했다. 주치의한테는 사실 감정교류? 그런건 많이 못느꼈지만 그래도 나를 많이 걱정해주셨구나.. 라는 정도는 느꼈던 것 같다.
7. 어떤 상담 방식을 추구하는지? (단순 수다/ 깊이있는 대화/ 감정교류)
이건... 아무래도 위에 써 놓은 상담에 대한 정의와 관계, 그리고 감정교류를 통해 얻고 싶은 것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선생님과는 주로 친구처럼 수다를 떠는 편인 것 같은데. 내가 계속 혼자 신나서 얘길 하면 선생님은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지 어느 시점에 멈춘다던지 아니면 다른 질문들을 하신다던지 할 때가 없어서 그냥 계속 수다만 떨게 된 것 같았다. 내가 내 얘기를 혼자 쏟아놓을때 선생님 반응이 너무 방치하는 것 같아서.. 어쩌면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구나... 내 감정에도 얘기하는 내용들에도 별달리 관심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얘기를 신나게 하긴 했는데.. 그냥 나 혼자만 떠들고 쇼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다른 선생님들과는 내가 얘길 할 때 몇번씩 멈춰서서 그 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묻거나, 얘기하는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됐다거나 하면서 적극적으로 들어주시는데.. 지금 선생님은 뭔가 너무 수동적으로 들어주시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이건 또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들어달라 요청을 해야만 하는걸까.... 물론 그냥 수다도 좋다. 때로는 나도 할얘기가 너무 많아서 쏟아놓기만 할 때가 있긴 한데, 그럼 쏟아놓는걸로만 끝이 나니 아쉬운 것 같다. 뭔가 함께 작업하고 싶은? 그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 그것들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터치 받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다. 예를들어 이번에 친구 얘길 했을 때, 선생님이, 친구한테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라던가, 그런 마음이 들면 어때요? 라던가 하는 질문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내 마음에 대한 작업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도 조금은 속상하고 아쉽기는 하다.
8. 상담을 통해 궁국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
이건 위에서 말한 감정교류에 대한 결과? 얻고 싶은 것과도 같은 말이긴 한데. 나는 상담을 통해 세상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아갈 원동력을 얻고 싶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선생님과의 관계나 선생님이 해주신 말들을 되뇌이면서 몇번씩 다시 일어나고 싶다. 뭔가 내 뒤에 든든한 사람 하나가 있어서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 죽고싶은 때에도 그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겨내야겠다! 하고 다짐하게 되는 그런 힘을 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