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관계를 위한 첫걸음

by 발작가

얼마 전 상담에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느꼈다. 어떤 이유로 나는 선생님께 화가 나 있었고. 그래서 1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텀을 지키지 못하고 상담을 미루고 미루어 9일만에 다녀왔다. 그 9일 동안에는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생각의 균형도 도무지 맞지를 않았다. 그래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거나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상담에 가봤자 분노를 누르느라 한 마디도 못하고 내내 침묵시위를 하게 될 것만 같아서 상담에 가는 걸 피했다. 그렇게 9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내 마음속에서도 어느 정도 분노가 가라앉고. 조금은 얘기를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상태가 되었을 때 나는 선생님께 연락해 상담을 잡았다.


상담에 가서 나는 평소와 달리 차분하게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물론 이 날의 기분상태가 조금 좋았다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을 것이다. 어쨎든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고, 아직도 여전히 나의 서운함과 속상함이 풀린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있는 그대로로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선생님과도 이야기 했지만, 이번에 달랐던 점은. 선생님에 대한 상, 그러니까. 누군가와 관계를 하게 될 때, 이 사람과 함께했던 것들 혹은 이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들 아무리 이사람이 나쁜짓을 하더라도 끝까지 마음 안에 남아있는 그 사람에 대한 상 말이다. 나는 평소 사람에 대한 일정하고 균일한 상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관계를 할 때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나에게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을 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상이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서 불같이 분노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똑같이 선생님에 대한 상이 산산조각이 났고 분노의 과정도 있었지만. 내 안에서 많은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해도 선생님에 대한 어떤 상 중의 일부분이 내 마음안에 계속 남아서, 분노하는 나를 향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노하는 와중에도. 이 분노가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생각했고. 선생님이 내 분노를 받을 만큼 잘못하셨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내 머릿속에 있는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들을 융합시키지는 못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이건 이거대로. 그렇게 알고있자. 라는 결론이 났다. 여전히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서운하고 화나고 어쩔줄을 몰랐지만. 그럼에도 비난이나 비교는 하지 말자. 라는 것을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래서 아마 실제 상담장면에서 이런 나의 노력들이 빛을 발한 것 같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하셨다. 선생님이 감동하시니 좋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성질대로 내지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첫걸음이었다. 변화를 위한 첫걸음.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첫걸음. 내게는 분노를 적절히 다루는게 무척이나 어려운 문제였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서, 폭력적인 언어나 제스쳐를 취하지 않고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함을 배웠다. 드디어 나도 어른이 된걸까? 물론 이 한번의 경험만으로 앞으로도 내가 분노상황 발생 시 매 순간 적절하게 대처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이 한 번의 경험이 필요했다. 이렇게 한 번 경험했으니, 앞으로의 인생에서 이 좋은 경험을 두 번, 세 번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항상 가혹한 나이지만, 이번 만큼은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