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성. 자율성.
얼마 전 아는 언니를 통해서 tci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나의 자율성은 빵점이 나와 있었다. 언니에게 이건 어떤 의미야? 하고 물어보니, 뭐긴 뭐겠어~ 지금 네가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지~ 하고 언니가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주체성과 자율성은 뭘까? 나는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고 있는걸까? 내 생각에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상담이나 치료적인 부분들 외에 내가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밀리듯 회사에 취직했고, 떠밀리듯 회사에 다니며 떠밀리듯 겨우 일을하고 떠밀리듯 겨우 살고 있다고. 원래 나는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 없었다.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았다. 막연하게 카페에서 일하거나 서점을 열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은 얼른 회사에 취직해 일인분의 몫을 다하길 바라셨고. 나도 이 나이쯤 되면 보통 다들 취직해서 회사에 다니니까… 떠밀리듯 회사에 첫 회사에 취직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겨우겨우 첫 회사를 1년 마치고 퇴사했다. 퇴사 후에는? 여전히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또다시 나이가 들어가니, 돈이 필요하고 경력이 필요하기에 또다시 두번째 회사에 취직했고. 비교적 편하게 회사에 다녔지만 아빠의 권유로 3번째 회사에 면접을 가게 됐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인 3번째 회사는 네임벨류도 좋고 복지도 좋은 남들이 다 부러워 할 만한 회사다. 나는 두번째 회사에서의 생활이 너무 편하고 좋아서 굳이 내 생활에 변화를 또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빠는 내 이력서를 수정하여 3번째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고 결국 면접에 가게 되어 이직을 하게 됐다. 이조차 내 주체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아빠의 욕심 이랄까… 아빠의 어떤 바람에 내가 떠밀려 또 3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을 뿐이다.
회사에 입사해서는 좋긴 했지만 갈수록 일하는게 힘들어졌고, 급기야 일을 미뤄두고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게 1년을 또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꾸역꾸역 회사를 다녔다. 1년간의 주체성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최근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를 앞두고 있다. 이 조차도… 나는 퇴사 생각이 없었지만 상담쌤이 퇴사 라는 옵션이 있음을 내게 알려주어 퇴사를 고려하게 되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의 퇴사는 없다고.. 죽어도 2년 계약끝날때까지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퇴사라는 옵션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마음이 두둥실 뜨더라. 그러면서 하고싶은것들이 몇가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리스타를 배워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린다던지, 심리학 대학원에 입학해서 공부를 해 나간다던지. 아님 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복지사 계열의 일을 해본다던지. 이런 생각들이 올라왔다는거 자체가 내게 주체성이 없는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내 의지로 퇴사를 진행했고 퇴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나? 앞으로의 시간들은 얼마나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상담에서도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선생님은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을 이야기 하면서 주체성이 있는거라고 이야기 하셨다. 제일 크게는 이번에 퇴사하기로 한 선택. 이게 주체적인게 아니면 뭐냐고. 만약 힘든상태로 재계약을 하고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오히려 이게 주체성이 없는것일 거라고. 또 회사가서 아침에 휴게실에서 자는 등의 행동을 하는것. 이것도 주체적인거라고 했다. 아무리 누가 뭐라하든 다 모르겠고 나는 잔다! 라는 선택은 나 스스로 한 것이라고. 회사를 다니는 것 저체만으로 만족하겠다고 한다면 그것 자체로 주체적인거라고 한다면, 나는 충분히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의 주체성의 발견이라 조금 놀라기도 했고… 그래 내가 아예 주체적이지 않은것은 아니구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주체성을 뭔가 대단한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선택. 길 위에 서서의 큰 갈림길에서의 선택들. 뭔가 개척자 처럼…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대단한 사람들이 나도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것같다. 그러려면 사회적 분위기와 부모님에게 떠밀리지 않고 회사에 취직하지도 않고 나만이 하고싶은 일을 선택해서 달려가야만 했다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내가 20대라면 이런 저런 일들을 경험해보면서 어떤 일이 나에게 잘 맞을지 시험도 해보고 실패도 많이 해봤을텐데. 30대가 된 지금은… 새로운 시도가 두렵고 무력하기만 하다. 그래서 주체성,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가 하는 선택을 믿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건 아닐까. 사실 스스로의 선택을 믿지 못한지는 꽤 되었다. 20대 중반부터 그랬으니… 그런데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선택당하는 일밖에 없으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스스로 선택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쌤은 말했다. 주체성이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느냐, 하고 있느냐 라는 것이라고. 즉, 삶이 자신의 통제하에 있느냐 는 말과도 같다고 했다.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될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까. 자신이 하고싶은 일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일이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일임을 세번의 회사생활을 거치며 알게 됐다. 주체성을 찾고싶다. 그러려면 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선택하는 것들에 대한 존중과 확신. 주체성이 낮은건 어찌보면 자존감이 낮은것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자존잠을 올리는건 나의 평생 숙제인데. 올해에는 자존감과 주체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