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동안 힘들게 한 거 잘못했어요, 제발 떠나지 말아주세요. 이 이별은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이에요. 물론 제가 싫어서 떠나는 거 아닌거 알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떠나시는 것 알고 있지만, 저는 혼자만 남겨지는 것 같아요. 제발 저를 떠나지 말아주세요.
이 새벽에 혼자 술을 홀짝이며 선생님과의 이별에 대한 생각을 해요. 평소 술이라면 쳐다도 보지 않던 제가 요 몇일 새 술이 꽤 늘었어요. 저도 인간인지라.. 술이 땡길때가 있는가봐요.
오늘은 신입이랑 저녁먹으며 하이볼 한 잔,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호로요이 한 캔을 사들고 왔어요. 집에 와서 안주도 없이 혼자 술을 홀짝이며 질질짰어요. 슬픈영화를 보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제가, 술을 마시면서 질질짰다구요.
아무래도 이 이별은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인것만 같아요. 선생님과의 치료관계는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왔나봐요.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네요. 이렇게 한순간에.. 두 달쯤 후에 저희는 결국 이별하고야 말겠네요. 아직 확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잘못했다는 말밖에 없는것같아요. 돌이켜 보니 제가 선생님을 참 많이도 괴롭게 했더라고요. 지난 2년 동안에는 매일같이 하루 5통 이상의 이메일을 보내왔고. 위급상황시에는 문자로 죽겠다는 말을 수도없이 남겼고. 자살암시며 자살 협박이며. 수도 없이 선생님을 괴롭게 만들었더라고요.
알아요, 제가 이렇게 해서 선생님이 떠나는게 아니라는것을요. 선생님의 커리어 향상을 위해 수련받기 위해 떠나는 것도 알고, 이후에 일정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불안해서 견딜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또 혼잣말을 남겨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 저는 선생님이 떠나시면 죽어버리겠다고 또 말했어요. 협박은 아니었어요. 정말 진심이었으니. 잘 모르겠어요. 제가 과연 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정말로 죽어버리는건 아닌지.
만약 제가 정말로 죽는다면 선생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처를 입으시겠지요? 예전에 한번 이야기해주셨던 것이 생각나요. “저는 ㅇㅇ님이 자살하시면, 제 인생에도 매우매우 큰 변화가 있을거에요. 어쩌면 상담 일을 더 이상 못할지도 모르겠죠” 지금도 같은 마음이신가요? 그렇다면 저는 죽지 않고 버텨내야만 하는것일까요?
앞으로의 일은 저도 선생님도 누구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버틸 수 있겠다고. 노력해보겠다는 말조차 저에게는 버겁네요. 힘든 마음들을. 의지하고 기대었던 누군가가 떠난다는 것은. 저에게도 매우 큰 상처여서. 아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이렇게 혼잣말을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