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동화라면 술이 필요할까?

< 내가 죽거든 술독 아래 묻어줘. 술독이 셀지도 모르잖아! >

by nAmsoNg


< 내가 죽거든 술독 아래 묻어줘. 술독이 셀지도 모르잖아! >

<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

명언 중에 명언이다.

나는 애주가, 주당, 술꾼을 자처한다.

모든 음식 옆에 술이 없으면 그 음식의 가치가 떨어지고 입맛에도 맞지 않는다.

와이프는 나의 이런 酒 님사랑에 혀를 찬다. 건강이 걱정이라고 하는데 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막연한 거리감에 괜~~히 그리고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 같다. 표면적 이유는 무조건 나의 건강 하나뿐이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달력의 숫자를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성인이 되면 당연히 마시는 것이고 나도 즐기고 싶었던 것 같다. 술을 마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적어도 내게는 낭만적이었고 멋있었다. 아버지처럼만 마시면 술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 했다. 학창 시절엔 아버지가 종종 한 잔씩 주시기는 했지만 대학 입학 후 나는 내 세상을 만난 듯 술독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12시간이 넘게 계속 마신적은 허다하고 밤 9시 퇴근 후 동이 틀 때까지 3개월을 내내 마신적도 있다.

3개월째 되니 속에 구멍이 난 듯 아프기도 해서 잠시 줄여 본 적은 있지만 술을 끊어야겠다는 다짐은 해보질 않았다.


담배는 욕심이 없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술만큼은 저녁 식사상에 빠지면 나라를 잃은 듯 슬프다.

가장 좋아하는 건 일요일 아침에 마시는 술이다. 음... 다른 이유는 없다. 밤에 마시면 내일에 대한 압박에 술을 마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아침에 마시면 아직 시간이 많이 있다는 여유가 있어서 편안해진다.

직장인들이 일요일 저녁보다 토요일 저녁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하지만 주 6일을 일하는 내 스케줄 때문에 일요일은 가족들과 외출이라도 해야 해서 아침에 마실 일이 많지는 않다. 어쩌다 비가오든 아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집에 있기로 한 날이면 은근 슬쩍 아침상에 소주병을 올려놓는데 와이프의 흘기는 눈을 피하는 방법도 늘어 간다.


혼자 술을 마시며 종이에 뭔가를 적는 시간도 좋다. 빗소리에도 휘청이는 나의 감성을 달래줄 길이 없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마냥 그렇게 느껴지는 모든 것을 그대로 빨아들이고 싶다.

혼자 술집에 가면 언제나 메모지와 펜을 달라고 해서 한 잔 한 잔 마시며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잡지만 남들 눈엔 그냥 청승일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내 시간을 너무도 알뜰히 술과 함께 보내고 있다. 술값을 내지 않거나, 목소리를 올리거나,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는 일은 없으니 조용히 내 뜻대로 내 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소주가 한 병 정도 들어가면 나는 묘한 감성에 빠진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있다면 나는 온전히 그곳에 몰입하며 빠져든다. 끝이 없는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지만 무섭지 않다..

음악적 재능이 있거나 미술적 재능이 있다면 내가 느끼는 것들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을때가 많다.

그나마 갖은 글쓰기 재주로 표현해보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절실하다.


술은!

모든 감정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느끼게 해준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그 초능력이 일어나며 내게 느껴지는 모든 감성들을 느끼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 시간에는 몰입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술에 취해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나는 온몸으로 음악을 빨아들이고 바람을 느끼고 온도를 느낀다.

한 참을 그렇게 있으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 적당히 하고자!>

예쁘게 그려놓은 분위기가 깨지지만 이젠 개의치 않는다. 사람은 진화함으로...


언제나 나는 동화 속에서 살고 싶다. 술은 잠시 나를 동화속으로 데려다준다.

이 세상이 동화였다면 나는 술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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