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와 술을 마실 때

< 나 죽거든 술독아래 묻어줘 술독이 셀지도 모르쟎아?>

by nAmsoNg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자리에서 여성과 마주한다는 것은 가장 설레는 일이다.

더군다나 마음에 두고 있던 여성이라면 한 번의 술자리로 관계의 성패를 결정하기도 하다 보니 분주한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술자리는 여러 명이 모여서 마시는 공적인 자리가 있고 여성과 단둘이 만나는 사적인 자리가 있다. 술자리의 특성에 따라 호감이 있던 여성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은 조금 달라진다.


우선 여러 명의 술자리에 호감 가는 여성이 있을 때 신경 써볼 만한 사항들이다.

대부분 술집 입구를 들어갈 때는 일렬로 입장할 때가 많다. 본인이 점찍어둔 여성의 뒤로 세 번째 안에는 따라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차례대로 앉기 시작할 때 여성의 주위에 앉아서 대화가 가능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대화할 거리를 확보했다고 해서 실 없는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으면 안 된다. 흘러가는 분위기에 어울려서 편하게 대화하면 된다.

여성이 좋아하는 웃음 코드를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에서 웃음 코드가 맞는다면 그 대화는 아주 부드럽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유행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웃는지, 아재개그 같은 말장난에 웃는지, 몸개그에 웃는지 알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주위에 재치 있는 남자가 있다면 일은 참 어려워진다. 그것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하는 말보다 다른 남자의 말에 모임의 분위기가 쏠린다면 이기려 들면 안 된다. 본인이 더 초라해지고 존재감은 약해진다. 어설픈 대화로 썰렁하게 할거라면 차라리 과묵하게 앉아서 여성의 잔이 비웠을 때 잔을 채워주며 신경을 쓰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혹시 여성이 자리를 비우고 시간이 한참 지났을 때는 화장실 앞이나 바깥으로 한 번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취해서 화장실 근처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면 다시 자리에 착석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만 주면 된다. 바람을 쐬러 잠시 밖에 나가 있다면 슬쩍 나가서 몇 마디 말을 붙여보는 것도 좋다. 술자리 중 귀담아들었던 여성의 관심사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소박하게 표현하면 좋을 것이다. 여성은 당신이 과묵하지만 본인에게는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여성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잘 들어주면 되고 자신의 이야기에 여성이 단답형 대답을 한다면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지지부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여성의 대답이 단답형으로 끝난다는 것은 이미 당신에게 호감이 없다는 것이다. 호감은 고사하고 단둘이 있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여성은 마음에서 접어야 한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는 것도 멋있는 처사라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서 관심 없는 여성이 계속 당신에게 대시를 한다면 좋겠는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나무꾼이 주위에 없을 때 말이지 요즘 도시엔 나무꾼이 널려있다. 당신의 도끼에 넘어갈 여성은 따로 있을 것이다. 인연을 찾는 것은 원래 힘든 것이다.


이제 여성과 단둘이 만나는 자리를 알아보자.

흔히 말하는 <썸>을 타는 관계나 소개팅 자리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성에게 점수를 따고 싶다면 데이트 날짜 전에 미리 현장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여성의 취향을 알고 있고 편하게 만나더라도 여성의 시간을 재미있게 리드할 자신이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여성이라면 데이트 코스는 최소 2가지 정도로 준비하고 식사를 함께할 식당 및 저녁에 함께 할 술집 정도는 답사를 해두면 리드하는데 도움이 된다. 술을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는 여성이라면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찾던지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는 술에 거부감이 없는 여성을 전제하에 이야기하겠다.

요즘은 맛집 블로그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정보가 많지 않아서 직접 가서 둘러보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필자는 사전 답사를 딱 한 번 해봤는데 지금의 와이프를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분위기 있는 맥주집을 찾느라 하루를 다 보낸 기억이 난다.

계획을 세우더라도 당일 여성의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사람의 성향은 모두 다르니 뭐든 계획대로 해야 안심하는 여성이라면 당신의 준비성에 점수를 줄 것이고 즉흥적인 여성이라면 그때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준비한 계획이 날아가더라도 아쉬울 필요 없다. 여성에게 신뢰를 주는 것에 집중하자.

여성과 처음 만나는 날이던가 아직은 서로 거리를 두고 만나는 시기에는 메뉴선택도 중요하다.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 삼겹살이나 감자탕은 추천하지 않는다. 첫날부터 호불호가 확실한 홍어나 과메기를 먹으러 가는 기본도 모르는 남자는 없을 거라 믿는다. 메뉴는 평소 여성과의 대화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서 결정하면 된다. 여성이 삼겹살이나 감자탕을 엄청 좋아하고 꼭 가고 싶다고 한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홍어나 과메기도 마찬가지다. 만나려는 여성에 맞추면 된다.

적당한 메뉴를 찾아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면 여성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기 바란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대화를 리드하며 적절한 감탄사로 흥미 있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 된다. 절대 거짓으로 하면 안 된다. 진심으로 호응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날은 넘어갈 수있지만 진심이 빠지면 연인으로 발전하더라도 오래가기 어렵다.

역시 웃음 코드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여성이 어떤 곳에서 웃는지 잘 파악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만나서 즐거운 사람을 다음에 또 만나는 법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과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사람은 좋지만 가벼운 사람에게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매사가 장난인 사람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은가? 절대 아니다. 결혼 적령기라면 이 험난한 세상에서 기대봐도 될만한 남자를 고르는 것은 당연하다.


만남이 너무 좋았고 이야기가 잘 통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도 늦지 않은 시간에 여성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늦지 않은 시간이라 함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여성이라면 부모님이 정해주신 귀가시간이 될 것이고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다음날 스케줄에 영향이 없을 만한 시간으로 정하면 된다. 시기에 따라서는 < 라면 먹고 가면 안 될까? >라는 질문이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기도 하지만 적절하지 않다면 영원히 못 볼 수도 있으니 유념하자. 헤어지기 싫더라도 바래다주는 그 집 앞 가로등 아래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는 것이 낭만적일 것이다. 그렇게 헤어지기 싫지만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충분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결혼하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보석같은 시간이다.


여러 사람과의 모임이든 단둘이 만나는 술자리 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주량을 지키는 것이다. 술을 절제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너무 많이 마셔서 비틀거리거나 꼬투리 잡은 말로 했던 말을 무한 반복하는 주정을 해서는 안 된다. 만남은 신뢰를 주는 시간이다. 특히 술자리는 술로 인해 흐트러질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고 시간을 공유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자리라 해도 무방하다.

아무리 찰떡궁합 같은 웃음 코드도, 잘 선택한 데이트 메뉴도 한 잔 술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호탕한 남자다움을 보여 주겠다며 비장하게 든 술잔에 나가떨어진다면 두 번 다시 그 여성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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