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주는 대로 먹어!

아들아! 세상의 중요한 일은 모두 밥 먹으면서 이뤄진단다.

by nAmsoNg


코로나로 외식이 줄어들고 며칠 전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닭 한 마리에 들어간 시들한 부추를 안 먹고 있으니 와이프가 물었다.

"당신 좋아하는 부추 넣었는데 왜 안 먹어?

짜증이 섞이기 바로 전단계의 억양으로 듣기 거북할 정도는 아니었다.

" 아니 나는 생부추가 좋은데..."

성의를 생각해서 한 젓갈 집어가면서 대답했다.

대화를 듣던 아들은 틈을 놓치지 않고 끼어들었다.

" 아빠가 나한테 말한 것처럼 주는 대로 먹어~~ " 하면서 부추를 한 젓갈 집어서 내 밥그릇에 놓아주었다.

우리는 밥 먹다 빵 터지고 말았다.

밥상 앞에서 편식을 고민하고 있는 아들에게 항상 하던 소리라 대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아니 먹긴 먹지.. 생부추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지... "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엄하게 받았다.

편식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찬을 젓가락으로 뒤적뒤적해서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는 것도 해본 적이 없다. 몸이 아프지 않은 한 밥을 남겨 본 적도 없고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긁어먹었다.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식사의 속도를 맞춰서 먹었다. 아버지가 반주로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일어나는 것을 배웠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 밥을 먹다가 반찬을 흘렸던 내 친구는 그때의 분위기에 기가 죽었는지 아직도 우스갯소리로 물어본다.

" 너네 집은 아직도 밥 먹다 흘리면 안 되냐? "

맞다. 누가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식사 중 반찬을 흘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식사는 정갈하고 조심스럽고 깔끔하게 해야 한다. 나름대로는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는 것 같고 그것은 함께 식사를 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빠와 밥을 먹으려니 아들은 종종 볼멘소리를 할 때가 있다.

"아들! 어른이 되면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게 돼~ 그래서 식사예절이 중요한 거야~

네가 생각해 봐 너랑 밥을 먹는데 질질 흘리거나 쩝쩝 소리를 내서 먹거나 편식하는 누군가 때문에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수 없다면 너는 그 사람과 또 밥을 먹겠니? 네가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되잖아~ "

인생 10년 차인 꼬맹이에게 사회생활의 심오한 이야기가 얼마나 귀에 들어가겠냐마는 하나만 기억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습관이 된 식사예절은 나의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가장 좋은 것은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으니 선배가 밥을 사준다면 메뉴 상관없이 얻어먹을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집에 놀러를 가도 복스럽게 잘 먹는다는 인식이 생겨서 내가 방문하면 항상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것이었다.

편식을 하거나 젓가락으로 끼적끼적했다면 누릴 수 없는 행운이었다.

업무상의 회식과 중요한 자리에서 식사를 할 때도 몸에 밴 습관은 부드러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아들에게 편식과 식사예절에 대해 유난히 신경 쓰는 것은 물론 건강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원활한 대인관계를 위한 것이 더 크다. 밥을 남겨도, 음식을 가려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까다로운 식사예절은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를 줄이고 좋은 이미지를 남긴다는 것은 확실하다.

바른 식사예절의 이유야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나의 아들이 밖에 나가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니 충분히 정당하다고 믿고 있다.


아들에게 식사예절을 가르치며 마지막엔 이렇게 마무리한다.

"군대 다녀오면 네마음대로 해! 아빠가 아무 말도 안 한다. 학교 다니는 동안은 네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고 엄마 아빠는 너를 바르게 가르칠 의무와 책임이 있으니 불편해도 이유를 이해하고 따라주길 바래~

군대 다녀오면 파를 먹던 말던 상관 안 할테니 마음대로 하세요! "


나의 가르침을 받은 아들의 한방으로 웃을 수 있었고, 아들 앞에서 언제나 나의 행동을 바르게 추슬러야 함을 상기시킬 수 있었던 식사였다.

그래도 나는 익힌 부추보다는 생부추가 더 맛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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