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지만 요가를 시작했다.
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 하나 있다면 <시간>일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세월>이라고 하고 싶다.
<세월>이라는 말은 들을 때부터 애처롭다. 그것은 바로 어찌하지 못하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던 젊은 시절에 나만은 세월이 비켜갈 거라 생각했다. 비켜간다는 것은 사실 지나친 자만이었고 나는 여느 아저씨들처럼 배가 나오거나 굳은살 잔뜩 박힌 뒤꿈치를 들어내며 슬리퍼를 신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듯 하지만 나에게도 세월의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더 잔인한 것은 다음에 날아오는 화살이 보인다는 것이다.
밤새 술을 마셔도 다음날 멀쩡하던 간 기능은 떨어져서 이젠 폭주를 하는 사람들은 피해지고 싶다.
철봉에 매달리면 언제라도 20개씩 당길 수 있던 체력은 고갈되어 이젠 10개도 겨우 당긴다.
관리하지 않아도 쉽게 보이던 식스팩은 땅따먹기 하다가 밟아버린 선처럼 희미해져서 꼼꼼히 찾아야 겨우 보인다. 정말로 싫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 미용실에서 항상 <숱 좀 쳐주세요!>라고 하던 말을 이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난을 치다가 아들놈이 머리끄덩이라도 잡으면 어른답지 못하게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울고 싶다.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양치질을 하면서 바라보는 나의 육체는 흉하게 늘어져 있었다. 보기 좋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알아서 관리한다고 떵떵거리며 술을 마셨는데 어디라도 아파서 찍소리도 못하는 신세가 되면 죽을 만큼 처량할 것 같았다. 성격상 잔소리 듣는 것은 죽을 만큼 싫다.
< 나는 건강하게 나이 들어야 해! 아직 늦지 않았어! >
처음 시작한 건 맨몸 근육운동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으니 집에서 할만한 정도의 프로그램은 계획할 수 있었다. 이번엔 거창하게 닭 가슴살 같은 것은 사지 않았다. 목적은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부터이기 때문에 눈에 띄게 몸이 변하는 것은 그다음에 세울 계획이다.
한 이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오랜만에 가져보는 근육통에 뿌듯해하고 있을 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근육 운동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안 하던 동작을 하면 관절의 운동 범위가 현저하게 좁아져 통증을 느꼈던 것이다. 남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운동보다는 유산소와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이 기억났다.
< 스트레칭도 하자! 근데 언제? ... >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침에 잠깐 하는 것 말고는 딱히 시간이 없었다. 아침에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상쾌해진 김에 필사도 한 쪽씩 해보자고 결심했다. 이것은 엄청난 결심이었다. 늦은 밤에 말똥말똥 깨어있을 수는 있어도 새벽잠이 많아서 애초부터 아침형 인간은 글러먹은 나였다.
바로 유튜브를 켰다. 10분 남짓한 모닝 요가를 검색하고 마땅한 영상을 찾았다. 다음 날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카톡으로 < 내게 보내기 >를 해두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오직 의지 하나만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에 앉았다. 요가 매트 대신 쇼파에 걸쳐진 담요 비슷한 것을 대충 개어 바닥에 깔았다. 유튜브를 켜고 천천히 따라 했다. 영상 속 강사는 유연하고도 우아하게 한 동작 한 동작을 해냈다. 멘트도 알아듣기 편했고 깔끔했다. 그 시간과 그 공간에 군더더기 같은 것은 뻣뻣한 나의 몸뚱이 뿐이었다. 근육이 늘어나며 생기는 통증으로 잠은 진작에 달아났다. 영상에 나오는 동작을 비슷하게나마 따라 하려 안간힘을 썼다. 정확한 동작으로 하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있을 테지만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다치지 않을 정도만 했다. 요가는 생전 해본 적이 없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준비운동과 태권도를 하며 했던 몇 가지 스트레칭이 인생에 전부였다. 몇 가지의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을 해내고 나니 영상이 끝났다. 영상 속의 강사는 우아했지만 나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긴 호흡을 내쉬고 잠시 가부좌를 틀고 바르게 앉아있으니 개운했다. 목욕탕을 나온 듯 산뜻하고 깨끗한 기분이 몰려왔다. 아침에 뒷동산 정도 산책을 나가 본 적은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아침에 요가나 스트레칭을 해본 적은 없었다. 매일 느끼고 싶은 새로운 기분이었다. 작심삼일을 일삼던 내가 주말을 포함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주일을 해냈다. 다음날 요가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억지로 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만큼 매력 있었다.
지금 하는 동작들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다른 동작들도 도전해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흔히 말하는 < 다리 찢기 >를 성공하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그런 유연함이 있다면 나는 충분히 나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글을 읽는 중년의 남성분들이 계시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모닝 요가>를 추천한다. 10분짜리 영상은 유튜브에 얼마든지 있다. 쉬운 동작을 찾아서 해도 되고, 예쁜 강사님이 나오는 영상을 찾아도 무관하다. 일단 시작하고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위에 누군가 있다면 한동안 우스운 몸 개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건 각오 해야 한다.
어떤가! 10분만 일찍 일어나면 하루를 개운하고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 생각하면 행동으로! 지금 당장! >
< 아니! 내일 아침에 당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