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만 생기는 습관

아들과 걷는 길

by nAmsoNg


오늘에서야 깨달은 나의 새로운 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국어사전에서는 습관을 이렇게 설명한다.

: 오랜 시간 되풀이되어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

하지만 나의 이 습관은 오래되지는 않았다. 여름이라는 계절에만 국한된 습관이니 4계절인 우리나라에서는 습관으로 자리 잡을 만한 충분한 시간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것은 아빠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들이 6살이었던 여름으로 기억된다. 모든 나무들이 무성한 잎으로 세력을 넓혔고 그 옆을 지나갈 때면 오디오를 틀어 놓은 듯 일제히 매미소리가 들렸다. 35년이 넘게 내가 마주한 일상적인 여름이었을 뿐이다.

달라진 건 세상에 관심이 많은 6살 아들의 아빠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신기한 표정을 보여줄세라 나무에 붙은 매미를 잡았다. 날개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가슴 부위를 잡고 아들에게 보여주니 로또라도 당첨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연신 감탄사를 쏟어냈다. 그 모습을 보는 아빠라면 매달 돌아오는 대출금을 잊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매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 한순간 바로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샀다. 그러고는 전투라도 나가듯 채비를 하고 아들과 함께 공원으로 나섰다. 눈으로는 나무의 가지들을 스캔하고 귀를 기울이며 매미의 울음소리에 집중했다. 아들이 매미를 찾기라도 하면 엄청난 일을 해낸 듯 폭풍 칭찬을 하며 우리의 전투(?)를 순조롭게 이어갔다. 나무의 낮은 곳에 붙은 매미는 직접 잡아보라며 아들에게 잠자리채를 건네기도 했고 채집에 성공하면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종종 놓치는 매미에 아들이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하며 미리 준비한 위로의 말들도 있었지만 아들은 담담하게 다음 사냥을 위해 앞으로 나가는 쿨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러 저녁나절에 나갔는데도 2시간이 지나니 더운 날씨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아들의 아드레날린만이 지칠 줄 모르고 폭주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 내가 나이 들었다고 느꼈던 비통한 순간이었다.

매미의 씨를 말릴 기세였던 아들을 겨우 꼬셔서 집에 온 나는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욕조에 찬물을 받고 들어가 한참을 식히고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채집통의 매미들은 서로가 엉켜서 날개도 펼치지 못 하는 지경었다. 해가 지기 전에 풀어주자는 말에 아들은

내일 다시 잡으면 된다며 쿨하게 동의했다. 아빠의 뜻을 잘 따라주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무서웠다.

<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내일 또 잡자고? >

이후로 그해 여름 주말만 되면 매미를 잡으러 가자고 졸라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부터 여름 날 아들과 함께 걷게 되면 나무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나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매미를 찾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아들과 함께 바라보는 것이 행복하다. 매미를 잡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매미가 배를 끌어올리며 우는 모습을 찾고 함께 바라보는 것이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

아들이 10살이니 여름날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는 나의 습관이 생긴지 꼭 5년이 되었다.

오늘은 유심히 나무를 보던 중 운 좋게 이제 막 탈피해서 날개를 말리는 매미를 찾았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들은 잡으려 하기보다는 사진과 영상을 찍기만 하고 굳이 자연에 손대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나의 습관이 몇 년이나 더 갈 수 있을까?

성장하는 아들에게 언제나 매미가 반가운 존재이길 바라는 것은 아빠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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