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중해서 일단 저지른다.

완벽함에서 너그러워져야 움직일 수 있다.

by nAmsoNg



아버지는 완벽주의자 셨다.

그래서일까 나의 성장과 결정들은 언제나 아버지의 뜻에 꼭 맞지 않았다. 아버지는 항상 호랑이에게서 고양이 새끼가 나왔다며 나의 선택들을 흘려보실 때가 더 많았다. 아버지 뜻에 크게 엇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억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아들이 되었다.

완벽이라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부담이었던 것 같다. 어떤 결정 앞에서 나는 지루하리만큼 신중했다.

상황의 전 후와 결정 후의 일까지 시나리오가 떠오르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았고, 완벽한 시나리오로 맞아떨어져서 결정을 하려 하면 기회는 이미 저만치 떠나가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발표를 했는데 틀렸을 때 들려올 학우들의 야유와 빈정거림이 무서워서 초등학교 6년 내내 발표를 딱 세 번 했던 것 같다. 세 번의 발표는 모두 정답이었다.

신중하기 때문에 실수는 줄었지만 그만큼 많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수많은 선택의 결과에 넘어져서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고 울고 있을 때 완벽을 알려준 아버지가 내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시길 바랬다.

"살다 보면 잘 안될 때도 있다! 괜찮으니 힘내서 다시 해봐라! "

훗날 아버지께 나의 바램을 이야기했을 때 아버지는 그건 네 바램일 뿐이라고 하셨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그 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단지 삶의 기준을 가르쳐준 분이 괜찮다고 해주면 실패로 엉클어진 아픔을 달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여하튼 오랜 시간 스스로 달래온 시간만큼 굳은살이 생겼고 이젠 어지간한 실패와 상처 따위는 나를 힘들게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비난도 조롱도 완벽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많이 유연해졌다.

이제야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


너무 신중해서 놓쳐버리는 기회들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 몇 년 전부터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저질러 놓고 본다. 마무리가 안되거나 바람 앞의 촛불처럼 열정이 꺼져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시작은 해봤으니 후회는 없고 언제든 다시 도전할 마음이 생겼을 때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장점도 있다.

악기 하나는 연주해야겠다며 사둔 하모니카 케이스에는 적지 않은 먼지가 쌓였다. 괜찮다 언젠가 다시 할테니깐! 매년 새해 목표였던 일기 쓰기는 매번 5월을 넘기지 못했다. 괜찮다 5개월은 썼으니 됐다. 시작도 안 했다면 1달도 못 썼을 것이다. 수많은 작심삼일들을 경험하며 스스로 완벽하지 않음에 너그러워지니 마음이 편했다. 그렇다고 뭐든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과감하게 실행했던 몇 가지는 지금도 꾸준히 실천하여 나의 일상이 된 것들도 많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할 것들이었고 완벽함에서 너그러워진 결과였다.


요즘 일주일 동안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일주일 정도 됐으니 아직도 완벽을 위한 신중함에 자유롭지는 않은가 보다.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내가 해낼 수 있을지 모를 도전을 눈앞에 두고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또다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면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인지 간을 보는 중이다.

오랜만에 커다란 결심을 해야 할 도전이라 쉽지만은 않다. 잘 안될 수도 있고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시작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여진 상태이긴 하다.

나를 응원해 주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지만 이번 도전은 혼자 조용히 해보려 한다. 완벽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아직은 좀 창피하다. 발표를 하지 못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 같은 마음이랄까?

훗날 나의 도전에 그럴듯한 실루엣이 생기면 그때 지인들과 추억을 나눠 볼 생각이다. 추억이 될지 아픔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꽤 많은 과거를 추억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마음이 다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면 과연 그 완벽함을 정의 내리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정된 결과를 얻기 위한 선택은 존재할까?

아니다!

옛날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가 생각난다.

< 인생은 미완성~ >

꿈을 위해 도전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실패했다면 움츠리지 말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완벽한 결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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