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것> 부터 내세요!!!
차가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에서 마주 오던 차량과 마주쳤다.
누군가는 후진을 해서 차를 빼야 하는 상황. 대게는 늦게 진입한 차가 빼는 것이 관례이긴 하나 누가 먼저 진입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양측의 운전자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엔진 소리가 지루함을 넘어 긴장감마저 들게 한다.
바로 그때! 상대측 운전석 쪽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길쭉하게 팔이 하나 뻗어 올라왔다. 그러고는 리듬에 맞춰 < 가위바위보>를 순서대로 폈다.
<아!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차를 빼자는 거군? 흠....>
누가 먼저 왔느니! 누가 잘못했느니!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것보다는 신사적이고 공평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은 많은 순간 <가위바위보>라는 단순하고도 스피드한 게임으로 많은 것들을 해결한다.
설거지하기. 아이스크림 사기. 심부름 다녀오기 등등 일상에서 살짝 귀찮은 것 정도를 해결하기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렇다 보니 '이왕이면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가위바위보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처음에 <가위>를 내면 이기진 못해도 질 가능성은 줄인 수 있다는 것이다.
<보자기>나 <바위>는 손가락을 모두 펴거나 오므리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바위>가 조금 더 쉬워 보이지만 게임에 참여해서 제스처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 <보자기>를 낸다는 이론이다.
사실상 그 이후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맥없이 져 본 적은 별로 없다. 얼마나 과학적인지는 모르지만 경험상 나쁘지 않은 승률을 갖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야 한다면 누가 처음에 어떤 것을 내는지 유심히 보고 기억해 두는 것이다. 여럿이서 하는 게임이야 정말 복불복이지만 2~3명, 또는 1:1로 붙은 상황에서는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가위바위보 습관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에서 세 번째까지는 습관대로 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모든 사람의 습관을 그것도 두 수, 세 수 앞까지 외우고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처음에 무엇을 내는지만 알고 있어도 승률은 확실히 좋아진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가위>를 낸다. 중간은 갈 수 있다.
얼마 전 아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지 비장하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번 하자고 했었다. 참고로 아들은 <가위-보> 순서로 내는 편이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이길 자신이 있어서 필요 없는 이야기로 잠시 시간을 끌며 전략을 세웠다.
나는 <가위-가위>를 내기로 했다. 게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판에 서로 <가위>를 냈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이 공중에 한 번 더 솟았다가 내려오면서 나는 <가위>를 아들은 <보>를 냈다. 아들은 굉장히 난처해 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아빠는 네가 어떤 순서로 내는지 다 알고 있어~"라고 말했더니 믿을 수 없다며 다시 해보자고 했다.
아들의 순서는 변하지 않았고 연이어 두세 번을 내가 이겼다.
"친구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려면 평소에 그 친구가 무엇을 내는지 유심히 보고 기억해둬!"
결국 아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패잔병처럼 어깨를 늘어트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기를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위바위보 게임에 차를 걸지도, 마누라를 걸지도 않는다. 저도 그만인 가벼운 게임이지만 이왕 하는 게임을 이기고 싶다면 주변 사람의 가위바위보 습관을 기억하고 그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 일단 <가위>를 내자!
도움이 될 것이다.
참! 지금 소개한 이론은 벌써 몇 년 전 이론이니 중요한 가위바위보 게임을 앞두고 있다면 최신 이론도 한 번 찾아보고 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