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酒인가! 축하酒인가!
자정이 가까워지는 10 분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청한 민영아파트 청약의 결과 발표가 10분 후로 가까워졌다.
당첨이 돼도 문제고 안되면 더 문제였던 설명할 수 없는 초조함으로 우리 부부는 초침의 시간을 멀리 보내고 있었다.
희비가 엇갈리는 결정의 순간에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술이었다.
축하주가 될지 위로주가 될지 모를 술을 따라 놓고 간단하게 안주를 챙겨 거실에 앉았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두 잔을 마시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나는 항상 여유로운 척 부산을 떨지 않는 성격이므로 점잖게 앉아 잔을 들고 있었지만 머릿 속은 복잡했다. 분명 발표는 났을 것이고 나는 휴대폰의 앱을 켜고 확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초조했다.
< 당첨이 되면 계약금은 어떻게 마련하지? >
< 당첨이 됐는데 돈이 부족해서 계약을 못 해도 10년간 신청을 못 하는데...>
< 안되면 어쩌지? 아이도 많이 커서 집이 좁긴 한데... >
하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떤 결과를 통보받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멘탈을 잡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 자~ 확인 한번 해볼까? "
12시하고도 5분이 더 흘러가고 있었다. 태연하게 옆에 둔 핸드폰을 들었지만 가슴은 연신 방망이질하듯 두근거렸다. 쇼파에 앉아 있던 와이프는 깍지를 껴 두 손을 잡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앱에 접속해서 인증서 번호를 입력하니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전 처음 보는 화면이라 당첨인지 아닌지 꼼꼼히 봐야 했다.
< 이편한 세상 어쩌구저쩌구 000동 0000호 당첨을 축하합니다. >
<엥? 당첨이라고? > 나는 확실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다. 당첨 결과의 전문을 꼼꼼하게 읽었다.
당첨이 확실했다. 그때까지 와이프는 눈을 못 뜨고 내게 물어봤다.
" 어떻게 돼어? "
혹여나 떨어지더라도 다음 청약이 있으니 준비하면 된다고 미리 달래놓은 상태라 장난기가 발동했다.
" 다음 청약 한번 알아보자~ 다음엔 잘 되겠지~ "
와이프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뺏어보더니 뒤로 까무러치듯 좋아했다.
발표를 기다리며 따라 두었던 잔은 축하주가 되어 시원하게 넘어갔다.
총각 때부터 월세방을 전전했고 결혼 후엔 임대주택에 당첨되어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이도 아이가 커가면서 LH에 살면 놀림당할을까 걱정을 했지만 비싼 집값에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을 보냈었다.
다른 것보다도 이제 이사를 그만 다녀도 되고 우리 아들이 편경없이 성장 할 수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나도 좋았지만 와이프는 까무러치고 있는 중이었다. 안방도 안방 화장실도 드레스룸도 주방도 세탁실도 팬트리도 하물며 대피공간마저 여자의 소유가 아니던가... 퇴근이 늦은 내게 집은 언제나 잠만 자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으로서 뭔가 해낸 것 같아서 뿌듯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이제 마음껏 공예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서재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내겐 작은 방 하나면 충분하다.
이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출을 받아서 1차, 2차로 나눠진 스케줄에 맞춰 계약을 하고 옵션 선택을 했다. 달에 한 번씩은 모델하우스에 들려 큰돈이 지출됐던 것 같다. 잔금 준비를 위해 최소 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든 수입을 적금에 넣으니 살아가기가 어쩜 이렇게 빡빡한지 모르겠다. 치킨 한 번을 먹으려 해도 몇 번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타이트해진 소비로 우리는 이제 거지 됐다면서 더 이상 돈을 쓰지 말라고 닦달하기도 한다.
그래도 행복하다. 정말 돈이 없어서 겪는 빈곤이 아니니 참아낼만했다. 월세방을 전전하며 치킨을 못 먹던 시절과는 전혀 달랐다. 영끌의 시간이 생각보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2년 후 내 집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못 참아 낼 것이 없다. 하긴 이번 계약금 준비로 나는 새로산 차를 1년 만에 팔아치우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괜찮다.
집이 생기면 뭐든 다 괜찮다.
결혼 후 시작했던 사업에서 쓴맛을 보고 이혼의 위기도 있었다. 내 기준으로는 충분히 쫄딱 망한 것이다.
10년도 되지 않아 내 집 마련이니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재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시간은 추억으로 남기고 앞으로도 우리 앞에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