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예절 없는 스마트폰시대

전화 끊기 전에 생각 좀 합시다!

by nAmsoNg

하루에도 몇 번씩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온다

주로 070이나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번호이고 010으로 시작되는 핸드폰 번호로도 온다.

핸드폰이 막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전화벨이 울리면 무조건 반가웠다. 발신자 번호도 없던 시절이라

누가 내게 전화를 하는 건지 궁금하던 시절이었다. 잡스형이 스마트폰을 만들며 이제 핸드폰은 전화 이상의 가치가 되어버렸다. 물론 많은 업무를 손 안에서 할 수 있는 현대적인 편안함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반갑지만도 않은 일이다.

거미줄처럼 엮인 네트워크 속에서 무문 별하게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조차 의문스러운 사람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모두 상대해 주기 힘든 지경이다.

처음엔 나도 예의 바르게 대응했다. 필요 없는 보험상담에 대출, 마케팅 동의 어쩌고저쩌고 일일이 모두 대답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그런 전화는 늘어가고 나는 점점 더 바빠졌다. 나와 상관없는 전화에 일일이 대꾸할 시간이 없었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언젠가부터는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는 받지 않기 시작했다. 업무상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서 받을 때도 있는데 어김없이 보험이나 대출 전화일 때는 나름 예의 있게 정중히 사양하고 전화를 끊는 편이다. 바쁘거나 당장 필요가 없거나 하는 이유를 들어 사양을 하는데도 자기 할 말만 늘어놓는 상담원들도 있다. 도대체 내 말은 듣지도 않는다. 그럴 땐 미안하지만 중간에 끊어버린다. 그 전화 말고도 나는 바쁜 일이 많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일방적인 대화에 수동적으로 엮이고 싶지 않다. 그것은 분명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었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며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날에 정체 모를 전화는 나의 기분을 망쳐놓기도 한다. 잘못 눌러서 전화가 연결되기라도 하면 굉장히 곤욕스럽다.

상담원들이 상품을 안내하는 정도라면 그냥저냥 잠시 들어주고 거절할 수도 있는데 전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에서 사람을 욱! 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상품이라며 그렇게 떠들어대던 상담원에게

"죄송하지만 지금은 필요가 없어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대 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이유 없이 뒤통수를 맞은 모호하고 찝찝한 기분이다. 잠시 멍하니 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보면 화가 밀려온다.

<지네들이 필요해서 전화해놓고서는 인사도 없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다? >

한 번은 하도 열이 받아서 그 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전화예절이 없는 사람하고는 절대 상종하고 싶지가 않다. 보험이 필요해서 알아보다가도 또는 대출이 급하더라도 이런 사람이 소개하는 상품은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 전화예절도 없는 사람이 무슨 일을 똑바로 꼼꼼하게 처리할지 전혀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아무리 맛집이라도 위치나 영업 유무를 묻기 위해 먼저 전화를 했을 때 전화예절이 없으면 그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 보나 마나 뻔하다. 음식은 맛있을지 몰라도 기분 나쁘게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음식 맛이 조금 부족해도 손님을 대하는 자세에 배려가 넘치면 그곳은 다시 가고 싶다. 대접받았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남아있는데 다시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직원들에게도 전화예절에 대해서 끊임없이 교육하고 있다.

상담전화는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밝게, 원하는 상담을 친절히 이행하고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되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전화를 끊기 전에 절대 먼저 끊지 않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업무를 잘하니 믿어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수는 없지만 여덟에 아홉까지는 예상할 수 있다. 예의가 몸에 베지 않은 사람은 배려가 없다. 대부분의 업무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의의 부재는 업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개인적인 통화를 할 때도 나보다 훨씬 빠르게 전화를 끊는 직원들은 나중에 다시 알려주는 편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이 부분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그 습관이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후배들이 나에게까지 예의를 지켜주기 위한 바램은 아주 오래전에 접었다. 그것이 그들과 함께 하는 업무 속에서 서로 다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속 편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나와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무리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 가정에서 배우고 정규교육과정에서 (요즘은 대부분 대학까지 다니니 얼마나 고학력자란 말인가!) 배운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예의로 상대를 배려하자는 것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도덕과 윤리가 졸업과 함께 기억조차 나지 않을 <근의 공식> 에 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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