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나의 승부욕을 건드렸다.
요즘 넷플렉스의 <오징어 게임>이 이슈다.
오늘은 영화속에 나온 게임 중 추억이 떠오르는 <달고나>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처음 달고나라는 것을 알게 된것은 내 여동생 때문이었다.
동생이 중학생때였던 것 같다.
달달한 냄새가 나길래 주방을 나가보니 동생이 국자에 설탕을 잔득 붓고는 불 위에서 녹이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 단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군것질을 하지 않는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정도로 끝났다면 달달한 냄새를 풍기며 국자를 태우는 그 것이 달고나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녁에 퇴근하신 엄마는 시커멓게 변한 국자를 발견하셨고 동생은 주방으로 끌려갔다. 가스불 사용에 대한 걱정이 화가 된 것인지 새까맣게 변한 국자의 상태에 화가 나신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동생은 그날 엄마에게 무척이나 혼이 났다.
그날 알았다.
'국자에 설탕을 녹이면 엄마에게 혼나는 구나! 그리고 그것이 <달고나>라는 것이구나!'
종종 여행지에서 보기는 했지만 한번도 관심을 갖은 적도 없고 너무 달아서 쓰기까지한 그맛이 싫어서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오징어게임에서 달고나의 모양을 바늘로 찔러 떼어내는 장면을 공감하긴 어려웠다.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지만 내 딴에는 저까짓거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자에 설탕을 녹여 납작하게 눌러 모양을 찍어내는 것도 공부만 하면 해낼 수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았다.
그렇게 달고나는 나에게 별것 아닌 관심밖의 군것질거리였다.
영화를 보고 일주일이 지난 주말이었다. 와이프는 옛날에 사둔 것이라며 달고나 셋트를 꺼내서 아들과 둘이 달고나를 만들기 시작했다. 집안에 달달한 냄새가 진동을 하니 여동생이 생각났다.
새까맣게 타버린 국자. 엄마 앞에 서서 사시나무떨 듯 혼나고 있던 여동생. 이젠 아무때나 달고나를 해먹을 수있는 어른이 된 내 여동생...
나는 거실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종종 주방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조합해보니 뭔가 잘 안되는 분위기었다. 둘은 예쁜 모양을 만드는 것은 실패하고 딱딱하게 굳은 달고나를 쪽쪽 빨아먹는 것으로 만족하고 정리하는 듯 했다.
달고나를 만드는 동안 와이프가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아빠는 더 잘 만들텐데" "너네 아빠가 더 잘 할거야!" 라고 했지만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내심 '저까짓거 유투브 한 번만 보면 만드는걸 저러고 있나?' 싶었다. 평소 손재주가 있던 나는 자신만만 했지만 나설 생각은 없었다. 맛도 없는 유치한 장난에 동참하기엔 중년의 호기심은 예민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고 달고나에 여운이 남은 아들은 나를 부르며 달고나를 하자고 졸랐다.
아들이 조르니 모른척 하기도 그렇고 실력이나 보여주자 싶어서 주방으로 갔다.
설탕 2스푼을 국자에 올리고 살살살 데우니 부드럽게 녹기시작했다. '이봐! 이봐! 이까짓거! '
나무젖가락을 잡은 나의 손목이 유연하게 움직였고 설탕이 이리저리 돌아가며 녹고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아빠! 이제 소다 넣어야해!"
"얼만큼?" 나는 여전히 자신 만만했다.
"조금만 넣으면 돼"
"OK!"
다녹아서 끈적이는 설탕에 소다를 살짝넣고 불위에서 저으니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지금이야!"
나는 준비해둔 종이 호일 위에 달고나 반죽을 떨어뜨리고 호기롭게 지긋이 눌렀다.
아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와 반죽을 번갈아 바라봤고 이렇게 지긋하게 눌러주는 것이 포인트라는 것마냥 나는 섬세하게 반죽을 눌렀다.
"됐쓰!"
꾹 누른 누르개를 살며시 들어 올리는 순간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예상대로라면 누르개가 깔끔하게 떨어지며 납작하고 노오란 반죽이 동그란 모양으로 있어야 했다. 그런데 반죽은 아스팔트의 껌딱지 마냥 바닥과 누르개에 들러 붙은체 녹아내리는 괴물처럼 늘어졌다.
"어라?!"
"뭐야! 아빠도 못 하네!"
꼭 그말 때문은 아니었지만 내가 이런 사소한 것을 하지 못 한다는 것에 자괴감이 느껴졌다. 느닷없이 성공해야겠다는 불타는 열정이 피어올랐다.
"잠깐! 아빠 유투브 보고 공부하고 올께!"
유투브에도 별 기술은 없었다. 또 다시 자신감이 솟구쳤다. 유투브에서 본대로 약간의 셋팅을 수정하고 다시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아주 여러번...
나의 달고나는 누르개에 들러붙으며 나를 조롱했다.
더욱 오기가 생겼다.
'이게 뭐시라고 내가 이걸 못 하는가!'
지금 해왔던 것 처럼 철저히 무시해버리며 모든 도구를 싱크대에 넣어버리고 드러 누워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기가 생기는 것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니 더욱 포기가 되지 않았다.
반죽에 소다를 조금 더 넣고 반죽이 약간 식은 후에 살살모양을 잡아가며 눌렀다.
성공! 드디어 성공했다!
나의 노력을 함께 기뻐하고 싶었지만 아들은 이미 내 곁에서 떠나간지 오래였다.
나는 달고나를 시작하기전에 샤워를 마치고 나왔던지라 빤스바람의 중년은 홀로 주방에 서서 설탕반죽과 씨름을 했고 결국 승리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으나 내 옆엔 아무도 없었다.
말없이 세개의 모양을 더 찍어내고 주방을 정리했다. 기분이 묘했다.
성공했지만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은 듯한 비효율적인 여운이 밀려왔다.
그래서 이렇게 바로 브런치에 글을 쓴다.
내 성공의 기쁨을 50명이 조금 넘는 구독자와 나누기 위해...
우연히 달고나만들기에 동참했고 반죽을 납작하게 누르는 일에 혼을 담았던 나의 노력에 심심한 격려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새삼 또 한번 느낀다.
< 세상에 쉬운게 하나도 없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