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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거든 술독 아래 묻어줘
당장 술을 끊으세요!
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by
nAmsoNg
Oct 26. 2021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당장 술을 끊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
환자는 망연자실한 채 어깨를 늘어뜨리고 앉아있었다.
이제 이 환자는 어떤 결정을 할까?
첫째, 마지막 가는 길,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가겠다며 계속 음주를 한다.
둘째, 이제라도 술을 끊고 건강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종종 병원 앞을 지날 때면 환자복에 링거를 맞고도 쪼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파서 병원에 왔으면서도 그들은 담배를 끊지 못한다.
뉴스에서는 알콜중독으로 손이 떨리고 몸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었다.
<나는 저런 상황이면 얼마든지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이야!>
위기의 순간에서도 절제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술과 담배에 의지한 삶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나는 매일 술을 마시면서도 언제든 내 의지대로 절제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반주로 매일 술을 마신 것은 대학에 입학 해서부터였으며 온갖 술자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술친구들을 챙기는 것이 영웅인 양 살아왔다. 혼자도 술이었고 친구를 만나도 술이었다. 대학 입학 때부터 군 생활 26개월을 뺀 지금까지의 내 생활은 매일이 술이었다.
나는 낭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나의 음주습관을 포장하고 몸을 혹사시켰다.
핑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도망칠 수 있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음주였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 홀로 기울이는 술은 큰 위로가 됐고
빠르게 달려나가는 세상 틈에서 보잘것없는 내 작은 성공을 축하해 주는 것도 술이었다.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고 구태여 나의 작은 성공을 함께 기뻐하자며 무안한 미소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을 귀찮게 하지 않고도 내가 잘 버티고 있다는 것에 소박한 만족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깜빡거리는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었을 때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반가운 친구를 만나 밤새 술을 마시면 여지없이 다음날에 곤욕을 치르면서 나역시 시간을 비켜가지 못함을 느꼈다. 세월이 밀고 온 중년을 받아들이려는 시점에서 나의 음주습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말에만 마셔야지!>
<하루는 건너띄고 마셔야지!>
<매일 마시지는 말아야지!>
했던 모든 다짐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술에 대한 의존도가 깊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내가 이런 것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놈이었나!> 싶으니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병원이라면 죽기 전까지 가지 않는 성격이지만 종종 보이는 몸의 이상신호를 나는 알고 있었다. 때마침 건강검진을 권유하는 와이프의 의견에 못이긴 척 건강검진을 받았다.
태연하게 귀가해서 대낮부터 또 한잔 마시기는 했지만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는 했다.
며칠 뒤에 결과가 나왔다
위내시경은 멀쩡! (다행)
콜레스테롤이 좀 높고 공복 시 당 수치가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당>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그 귀찮은 질병을 안고 살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당뇨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건강에 적신호를 알고도 방치할 수는 없었다.
무력감은 자연스럽게 술 생각이 나게 했지만 나는 술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성공이라는 것을 하지 못했다. 여유 있는 삶을 누린 적도 없다.
이제 뭔가 풀려가고 있는데 건강이 악화되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신조!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술을 마시겠다는 의지는 건강이 없으면 결코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 즉시 금주와 금연을 다짐했다.
담배를 달고 살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종종 직원과 이야기할 때만 태우니 일주일에 2~3까치가 전부였다.
그마저 입에 대지 않기로 했다. 금연이라고 꼭 짚어 이야기하지 않고 태우고 싶을 때는 그냥 태우겠다는 나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금주!
이것은 곧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과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금주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술이 빠진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고민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마냥 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거창하게 준비할 것도 없었다.
그런 결심을 한 후 아침마다 달리기를 했고 퇴근 후에 술 생각이 나면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달렸다.
매일 달리기는 오늘 아침까지 20일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엔 퇴근 후에도 술 생각이 나지 않아서 밤에 달리는 일은 없다.
어제는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11월에 언택트로 진행되는 <부산바다마라톤 대회>이다. 가장 중요한 부상이 없어야 하므로 일단 5km로 신청했다. 참가비가 1만 원인데 기념품으로 티셔츠도 준단다. 벌써부터 설렌다.
금주를 결정하면서 괴로울 만큼 술 생각이 날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견딜만하고 몸이 가벼워지니 더욱 상쾌하다.
내친김에 다음 달부터는 웨이트도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 곧 몸짱 작가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
습관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하지 않는 것이 있다>라는 지하철 금연 표어가
생각난다.
지금 갖고 있는 좋지 않은 습관 때문에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거나 정말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부디 나의 결심이 아직 늦지 않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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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은 아쉽고 결혼은 벅차다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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