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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펌프 Jan 10. 2023

엄마는 혼내지 마세요

간절한 아이의 한 마디


아이들을 케어 해야 하는 어린이 수영장에서 이름 없는 분실물은 언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이런 문제로 회의 끝에 한동안 아이들의 물건에 선생님들이 직접 이름을 적어주기로 했다. 모든 아이들의 물건에 이름이 적혔는지 혈안이 되어 있던 어느 날이었다. 


6살치고는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가 작은 친구의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옷을 입히며 탈수기에서 나온 수영복을 가방에 챙겨주던 찰나에 습관처럼 라벨에 이름이 있는지 확인했다. 세탁 안내를 하는 하얀색 라벨엔 이름이 없었다. 무심코 뱉은 나의 한 마디는 아이의 심경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어! 이름이 없네?” 정말 무심코 뱉은 혼잣말이었다.  

동공 지진이 이런 것 이구나 라는 것을 나는 그 아이의 눈에서 처음 보았다. 나의 말을 들은 아이는 엄청난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갈 곳 없는 시선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수영복에 이름이 없는데요. 선생님이 엄마를 혼내도 되죠?” 

아이의 눈빛은 비어있는 수레처럼 세차게 흔들렸고 침을 꿀꺽 삼킨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말했다. 

“엄마는 혼내지 마세요”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참으며 나지막하게 호소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말을 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나는 장난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그다음 말을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의 손목에 채워진 레고 모양의 예쁜 시계가 보였다. 

“좋아요! 그럼 그 시계주면 엄마 혼내지 않을게요! 그럼 되죠?”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엄마와 아빠 앞에서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를 이야기하라는 난감한 상황과 비슷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나는 슬며시 아이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잡았다. 그러자 아이는 시계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 내 손을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냥 엄마 혼내주세요!” 동지를 팔아야만 했던 독립투사의 처절한 눈빛이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어느새 주위에 있는 선생님들은 우리의 대화를 집중하고 있었고 아이의 그 말에 모두 빵 터지고 말았다. 


아이에겐 살얼음판 같았고 내겐 동화 같았던 그 시간은 어머님과 잘 이야기해서 아이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내가 가르치는 반으로 옮겼고 지금은 초등학교 마스터즈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성장한 <형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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