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을 만드는 방법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퇴사를 해야 하는 여선생이 있었는데 그 반 아이 중 유독 까다로운 어머님이 계셨다. 아이가 수영을 시작하면 수업 시간 내내 관람석 유리를 사이에 두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으시는 분이었다. 수업 중간에 한 번이 아닌 50분 수업 내내 함께 걸으며 지켜보시니 수업을 맡은 선생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친구라며 여선생님만 고집하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아이를 맡아서 지도하겠다고 나서는 선생님이 없었다.
별 수 없었다. 팀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급이므로 내가 나서기로 했다. 일단은 남자 선생으로 변경하는 것을 설득시켜야 했다. 어머님에게 신뢰를 드리기 위해 현재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오랫동안 수영을 지도했다는 경력까지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탐탁지 않게 듣던 어머님은 못이긴 척 반을 바꾸기로 결정하셨다.
수업이 시작되고 자유형을 시켰더니 정말로 아이의 속도에 맞춰 어머님이 걷기 시작했다. 당혹스럽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이미 굳은살이 두꺼워진 경력이라 수업 후 어떻게 상담해서 내 쪽으로 포섭할지를 궁리했다. 어머님은 50분 수업 내내 앉지 않고 아이를 따라 걸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니 질문이 쏟아졌다.
“팔 꺽기는 왜 하는 거예요?” “우리 아이 속도가 조금 느린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요?” “잘 몰라서 그러는데 발차기 자세는 괜찮은가요?”
쏟아지는 질문을 친절하게 받으며 모두 해명했다. 때론 과학적으로 때론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로 어머님의 간지러웠던 곳을 긁어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엔 항상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신가요?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하며 명함도 드렸다. 그런 상담이 두세 번 지나고 난 뒤 어머님은 더 이상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걷지 않으셨다. 오히려 책을 보시면서 종종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면 손만 흔들어주셨다.
그렇게 2년을 더 배우고 대회도 함께 출전하던 아이는 이제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며 아쉬운 이별을 했다. 수영장을 그만 두던 날 어머님은 우리 아들에게 전해달라며 그럴듯한 학용품 세트를 선물로 주셨다. 물론 함께 수업을 하는 동안 카톡으로 커피 쿠폰을 보내주신 건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까다로운 고객에게 한번 신뢰를 얻으면 충성고객이 된다. 그 일로 나는 확신했다.
지금은 오히려 컴플로 상담을 요청하는 어머님이 나타나면 기회라고 생각하고 충분한 자료를 수집해서 상담을 드린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에 몸서리치게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