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월급봉투에는

사랑 그 가벼운 감정

by nAmsoNg


최선이라는 노력이

번번이 결과 앞에 쓰러지고

퇴근길 어두운 복도에서

현관문을 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가녀린 월급봉투엔

사랑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처자식 먹여살려 보겠다고 투잡에 알바까지 하면서 가정을 지키려 했지만 녹녹치 않았다. 일의 성패는 개인적인 능력치의 문제도 있겠지만 시기와 맞지 않으면 잘 안되기도 한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사랑이라고 믿고 있던 와이프가 전혀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때였다.

돈을 아껴보겠다고 아는 지인과 혼자 이사를 감행했던 나는 허리통증으로 쓰러졌다.

허리가 아파 일어서지 못하고 방바닥에 누워있던 어느날 와이프는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당신은 당신 또래의 남자들보다 돈을 못 버는건 알지? >

나는 그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살아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버틴 이유는 아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힘들다고 삶을 포기하거나 도망치는 아빠로 기억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극단적인 선택은 피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현실 앞에서 아주 쉽게 처참히도 무너지는 별거아닌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은 그렇게 우스운 것이었다. 돈이 부족해서 힘들어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돈 몇푼에 무너져버리는 그런 가벼운 감정이었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노부부가 되어 와이프의 손을 꼭잡고 다니겠노라고 다짐했던 내 노후의 꿈은 이미 신혼때부터 산산조각 났다.


가녀린 월급봉투엔 사랑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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