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잔잔히 흐르는 나의하루에
낚시대 하나 드리운다
살랑이는 바늘에
추억 하나 걸리면
팔딱이는 놈 잡아다가
연필로 맛있게 적어야지.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면서 몹시 소소한 일이다. 어쩌면 소소한 꺼리들이 글로 다시 태어났을 때 대단해지는 힘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고교시절 도서부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모든 시집을 읽고 졸업했다. 학교공부보다 시를 읽는 것이 더 행복했다. 지금도 학교에서 같은 책상을 쓰는지는 모르지만 학교책상 아래에는 책을 두는 공간이 있었다. 나는 그 공간 오른쪽엔 교과서를 왼쪽엔 시집과 메모를 할 수 있는 연습장을 넣어 두었었다. 야간 자율학습 중 나즈막한 산넘어로 지는 붉은 노을이 보이면 수학책을 덮고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쓴적도 많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푹푹찌는 날이거나 평소와 다른 날씨를 만나면 언제나 나는 펜을 들고 글을 썼다.
친구들은 내게 문과진학을 권했다. 글을 잘쓰니 국어 선생님이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딴에는 문학소년으로 통했던 고교시절이었다.
나의 진로에 약간의 후회가 되는 부분을 말해보라면 진작에 작가가 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남자가 문과진학을 하면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과를 선택했었다. 수학을 못하는 이과생이었다.
대학때도 군대에서도 글은 꾸준히 썼다. 글이라기 보다는 감성이 젖어올 때는 느낌과 생각을 짧게 기록한 것이다. 한 곳에 적어두지 않아서 모두 미아가 되어버린 나의 새끼들이다.
결혼 후에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대부분은 너무 무거워서 쉽게 꺼내어 버릴 수 없는 무게들이었다. 잘못된 선택을 할만큼 나는 나약하지 않다고 믿었다. 마음이 괴로울 때 나는 글을 썼다. 마구 썼다. 맞춤법이 맞는지 띄어쓰기가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가슴을 시커멓게 하는 무거운 감정들을 토해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결혼전의 글들이 아름다운 감정을 종이위에 올려둔 것이라면 결혼 후의 글들은 분노, 외로움, 서러움, 의지의 감정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전혀 희망적이지 않았서 더욱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글들로 채워졌다. 그런 글들은 집에 두었다가 와이프가 보기라도 하면 뒷감당이 피곤해 질 것 같아서 회사에 두기도 했다.
어떤 마음으로 펜을 들었던 펜을 놓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자 막연했던 작가의 꿈이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글을 쓰고 다듬고 공부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로 조금씩 조금씩 적어가는 것이다.
어두웠던 나의 글에 창을 내어 빛이 들어오게 하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글감삼아 추억처럼 글로 남기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직도 걸음마같은 글을 쓰고 있지만 하루의 추억을 글로 매만질 수있다면 언제가는 나의 연필에도 힘이 생길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