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이 이불을 덮고
두 다리를 펴는 시간
지친 가슴에
촉촉히 내려 앉은 달무리가
심장을 두드린다
울컥! 하고 올라오는
묵은 상처는
비단 오늘만의 산물은 아니겠지
새벽이 밝아오메
너는 어둠아래 묻히거라
지인들은 내가 내성적이긴 해도 항상 밝고 유머러스하며 바르고 착한 청년으로 기억해주었다.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주어진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려 노력했다. 누군가는 개구쟁이 같은 눈을 갖어서 좋다고 했었다.
가정을 꾸리고 삻의 무게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혼 후 나는 유난히 어두운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불평도 많아지고 짜증도 많아졌다.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는 것들도 문득 울컥하며 마음을 아프게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노력으로 안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던 굳은 맹신에 금이 갔다. 내게 드리운 그늘에서 달아날 수가 없었다.
준비할 틈도 없이 묵은상처들이 가슴에 떨어져 울컥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제 나의 눈물은 영화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흐르던 맑은 눈물이 아니었다. 온갖 잡다한 양념이 뒤섞여 무슨 맛인지도 모를 눈물로 변했다. 더군다나 그 아름답지 않는 눈물은 예고 없이 불쑥불쑥 눈가를 적시며 가슴을 방망이질 한다.
약해지기 싫어서 얼른 심호흡을 하고 눈을 크게 떠 눈물을 말린다. 심호흡을 한참을 해야 가슴을 진정 시킬수 있다.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감정도 고마워하기로 했지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내가 가증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촘촘한 이성으로 감정들을 걸러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들을 모두 받아들이며 솔찍하게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어두운 글이라도 지금의 나를 온전히 기록하는 일이므로 안아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