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했던 나를 반성한다.
나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듯 하면서도 사실 깊이있는 관계를 맺지 못한다.
친구도 단촐하게 딱 3명 뿐이다. 이후 사회생활에서 맺어진 인연들은 나도 그들도 서로에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꾸준한 관계를 이어본적이 없다.
뒤늦게 알았지만 나는 굉장한 외골수에 고집이 세고 상대와 별로 타협하지 않는다. 내 뜻과 다른사람은
상처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밀어내고 결국은 내곁에 머무르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마음을 열지 않으니 그들도 더이상 내곁으로 오지않았다.
나는 차라리 그런 관계가 편했다. 뜻이 맞지도 않고 공감이 되지도 않는데 거짓으로 히히덕거리며 맞장구 치는것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 어릴때부터 마음을 나눈 친구들은 어쩌면 내게 무한한 배려를 해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미안해진다. 쨔식들....
유난히 내가 부족한 것은 상대의 힘겨움을 공감하는 능력이다.
힘겨움은 누군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해야한다고 믿으며 살아왔고 지금도 나의 힘겨움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굉장히 냉정하고 강해보일 수 있지만 사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혼자 울때가 많다.
지금 와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옆에 있는 와이프다. 여자라 그런지 툭하면 "도와줘" "이거해줘" "죽겠어" 라는말을 달고 살며 본인이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짜증을 낸다. 화를 내기도 하고 원망을 하기도한다. 그런데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살고있다.
'나는 언제나 혼자 스스로 해왔는데 저 사소한 것을 왜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거지? '
'도움이란 것은 스스로 노력하다가 정말 안됐을 때 그때 도와달라고 하는거 아닌가?'
'왜 자꾸 내 앞에서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거지? 나랑 사는게 힘든가?'
해병대수색대를 제대 한 후의 모든 삶은 누구의 도움 없이 꾸려왔다.
더러 돈을 잘못써서 힘든적도 있고, 교통사고를 내고 힘겹게 처리하기도 하고,
복학하고 한 학기 정도는 집도 없이 학교 동아리방을 전전하며 살아보기도 했다.
힘들다는건 이 정도는 되야 납득이 될 만큼 나는 호락호락하지 않게 살았다.
사업에 실패한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나를 도와주실 수 없었다.
무단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고 두 분이 건강히(?)<어려운 살림으로 두분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가고있었지만> 계신것 만으로 만족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의 도움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집을 늘려나갈 때도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힘들게 계약금을 구하러 다녔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 가정을 내가 지키려 내린 결정이니 오롯히 내가 감당해야한다고 생각했지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시덥지 않은 불편함을 힘들다고 하는건 내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누군가의 힘겨움과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현명하지 못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계획적으로 악착같이 살았다면 좀 더 좋은 환경들을 만들며 살았겠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선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아니 살아남았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회사생활에서도 징징거리는 부하직원들을 납득할 수 없다보니 스스로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늘어만 갔다.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내겐 불가능하고 나도, 그들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란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나는 바다 같이 가슴이 넓은 남자가 되고싶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안아주는 커다란 남자가 되고 싶었지만 실패 했다. 지극히 옹졸하고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사회 속에 소속되어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회밖으로 은둔을 결심 한 적도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힘겨움을 유연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내 성향은 지금껏 홀로서기만을 감당해 온 내 스스로의 억울함이 아닌가 싶다. 나는 도움 없이,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견뎌냈는데 다른이의 힘겨움을 안아주기 내심 쌤이 났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참으로 작은 존재다. 내가 힘들었으니 내 주위의 사람들은 힘들지 않게, 돌아가지 않게, 짐을 덜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옳은 행동이었을텐데 글러먹은 보상심리 같은 것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항상 어떤 사건들을 수습하며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서야 어리석음을 느끼고 반성하기를 반복한다.
지금 다시 시련이 왔고 더군다나 너무도 비싼 값을 지불해야하는 힘든시간이 왔다. 모두 나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일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젠간 더 큰일로 왔을 수도 있다며 위로하기로 일단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시간에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내 손에서 빠져나간 비싼 댓가들은 단지 시간의 바람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먼지가 될 것이다.
나는 좀 더 현명한 단단함으로 다시 이 시기를 이겨낼 것이다. 그래서 홀로 시간을 잘 보내는 낭만가로 존재하면서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힘겨움을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남자로 성장하고 싶다.
오늘 퇴근하면 설거지랑 빨래부터 개봐야겠다.
음... 음식물쓰레기도 도전해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