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오줌싸개
어릴 적 우리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셨다.
군부대와 가까운 곳에 살았는데 전곡읍과 연천읍의 중간 쯤 위치 한 통현리라는 작은 동네였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논길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 잡은 비포장 길이 이어졌다. 우리 식구는 저녁식사가 끝나면 키우던 강아지와 함께 그곳으로 산책을 자주 갔었다.
햇살이 돌아선 시간은 파릇한 벼들을 출렁이며 행복한 내음으로 스쳐갔다. 비포장의 돌멩이들 사이에선 새것 같은 흙향기가 아지랑이처럼 올라왔고 <호크>는 연신 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숫자가 난무하지 않은 순수하고 소소한 행복이 쌓이던 시간이었다.
나는 또래 아이들만큼의 신체적 활동량이 있긴 했지만 남들 앞에서만은 매우 수줍음 많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이런 나에게 아버지는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투로 자주 말씀하셨다.
“밖에 나가서 애들 때리고 오면 100원씩 줄께!”
나에게 100원이 얼만큼 의미 있는 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연천을 떠나는 날까지 100원을 받은 적은 없었다.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매우 부끄러웠지만 엄마의 가정교육으로 인사만은 잘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절대로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법이 없었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을 하지 못하고 커다란 눈만 껌뻑이던 수줍은 아이었다.
7살로 기억되는 어느 날은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재밌게 놀고 있었다. 내복을 입고 있었지만 팔을 걷고 놀았으니 초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었던 것 같다. 술래가 찾지 못할 곳으로 숨기 위해 은폐물을 찾던 중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졌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은폐물이 아닌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종종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이야 남의 집 대문이라도 두드려서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는지 물어볼 수 있지만 그 땐 그럴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어려운데 부탁까지 한다는 것이 소심한 어린이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7살이면 그 넓은 풀밭 아무 곳에서 볼일을 본다고 누구하나 뭐라 하지 않을 텐데 그마저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단 한 번도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볼일을 본적이 없었다. 한 참 동안 바지의 지퍼부분을 부여잡고 혼신의 힘으로 생리적 압박감과 싸우며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난 이미 숨바꼭질을 하던 친구들이 찾을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었다. 내안의 소심함이 준법정신과 도덕성으로 포장되어 생리적 현상과 치열하게 싸우던 중 끝내 승자가 생기고 말았다. 괄약근의 힘이 풀리며 사타구니를 타고 뜨끈뜨끈한 무언가가 퍼져 내려가는 것이었다. 머리 꼭대기로 떨어지는 햇살도 따스했다. 한번 힘이 풀리니 막을 수 없었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방비한 상태로 한참을 서있었다. 억울함과 창피함과 무서움이 눈가에 맺혀 글썽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절대 되지 않는 것들이 있듯이 그 날 나의 실수가 그러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꼼짝할 수 없는 힘에 넘어가듯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 때 내가 좀 더 당돌하고 보통의 아이였다면 깻잎 밭에 당당히 나의 것을 꺼내어 볼일을 봤을 텐데, 나의 소심함을 포장했던 준법정신과 도덕성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결국 나는 오줌싸개가 되버렸는데 말이다. 의도 한 바는 아니지만 숨바꼭질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 할 때는 다행히 바지가 모두 말라있었다. 엄마에게 말해도 아마 혼내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내 엄마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잠들었다. 괜한 자존심까지 강한 전형적인 A형의 소심함이 부른 첫 번째 참사로 기억된다.
운전을 하다보면 차을 세워두고 도로바깥쪽으로 돌아서서 볼일을 보는 아저씨들을 자주 본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듯 같은 남자임에도 혐오스럽다. 남자로 태어난 당당함을 그런 방법으로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것인가?
<미안하지만 난 반댈세!!!>
당당함이 무색할 만큼 창피한 일이다. 관례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 사이에서 최소한 지켜야하는 예의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본인 편한 대로 행동하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행동들이 타인을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경험상 특히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피해보는 건 병적으로 싫어한다.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본인들은 대접 받으려하는 그런 사람을 볼 때면 살며시 다가가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은 심정이다. 고속도로에서 볼일 보다가 누가 엉덩이를 걷어차고 도망가면 바로 <연필작가>니 경찰에 신고를 하던지 말던지... 하시길 바란다.
A형이 갖은 소심하고 답답한 성향이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남을 배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무지한 행동정도는 성격에서 걸러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작은 규범조차 어기길 어려워하며 남을 배려하다가 손해를 자주 보는 이 시대의 A형들이 힘을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