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나 한 여자의 성품이 왜곡되거나 독자들의 눈살이 찌푸러지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레 펜을 든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관계를 되돌리고 싶은 갈망에 수 많은 밤을 고뇌했다. 술을 마시고 글을 쓰고 머리를 쥐어잡고 울었다.
몹쓸 병에 걸린 자식의 병을 고치기 위해 명의를 찾아다니 듯 곪아버린 내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방황했다.
인간을 알면 해결될까? 여자를 알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를 알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 한 체 배우자의 칼에 베인 상처를 핧고 있는 초라한 이야기다.
결혼 전 그녀의 임신소식으로 설레이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나도이제 아빠가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하셨듯 열심히 일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퇴근길엔 트럭에서 파는 순대를 검은 봉다리에 담아 달랑달랑 들고 귀가해야지! 손에 거추장스런 뭔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는 할 수 있지! >
결혼을 서두를 만큼 나는 나의 사랑은 확신했다.
연애를 하며 말다툼을 한적이 있지만 단지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곱상한 성격의 내가 그녀와의 말다툼으로 던져버린 핸드폰이 3개가 넘는 다는 것은 무시하면 안되는 전조였다.
따스한 햇살이 겨울의 어깨를 안아주던 날이었다. 배가 살짝나온 아내와 데이트를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툼이 생겼다. 무슨일로 다투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나는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내는 가리지 않고 잔인한 말을 뱉었을 것이다.
화가 나서 아파트 입구에서 아내 혼자 들여보내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부부싸움 정도도 되지 않는 의견충돌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 큰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잠시 시간을 갖으면 다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친구와 간단히 한 잔하고 설익은 어둠을 밟으며 귀가 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마중이 없는 아내는 단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욕실로 향하는 순간 나는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잔인한 광경을 목격했다.
내가 키우던 작은 어항 두개가 형체를 잃은체 바닥에 유리파편으로 변해있었다. 물고기들은 유리파편을 피해 달아나는 듯 팔딱거렸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죄 없는 생명을 그렇게 땅바닥에 팽개쳐버린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임신한 사람이었다. 새생명을 잉태하고 다른 생명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 있다니!
물고기부터 물로 이동시키고 안방으로 갔다. 얼굴까지 이불을 덮고 있는 아내는 잠들지 않았음을 알았다.
넘지 말아야하는 선의 경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법으로 규정을 만들어 사회가 움직이고 이전에 성인이 되는 과정동안 습득한 관습을 기준삼아 살아간다.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아도 부드럽게 세상이 돌아가는 하나의 이치다. 그 기본을 지키는 것으로 사람 됨됨이를 판가름 하기도 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무언의 약속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랬다. 아무리 화가나도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생명을 함부로 대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나의 가지관만 끌어 안은체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한참을 자문하기도 했다. 화가 날 수 있다는 것은 이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화가 나면 안하무인이 되는 성격의 첫 사건이었다.
많은 부부들이 어떻게 다투고 어느정도의 선을 넘어서는지 나는 알지 못 한다.
<다른 부부는 더 한 말도 해~>라며 자신의 행동따위를 합리화 시키려는 사람들을 혐오한다. 사랑을 앞세워
그 모든 것을 용서받으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받아줄 수 없다. 사랑하기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 받을 일이 없도록 더욱 선을 지켜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가 풀리면 지난번 잔인한 칼날을 던지던 감정은 잊어버리고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술에 만취해 집안살림을 때려 부수고 술이깨면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빌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주정뱅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