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은 아쉽고 결혼은 벅차다 <02>
남자라는 존재는 쉽게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배웠다. 유교적 성향이 짙게 남은 사회의 편파적인 교육일 수도 있다. 혈기 왕성한 젊은날에는 몰랐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 같다. 그런 교육들이 남자를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하는지 말이다.
여자아이를 가르치면서 의지하지 말거나 기대지 말고 강하게 성장하라고 가르치는 것을 본적은 없다. 그것은 <~사>자로 끝나거나 대기업을 다니는 남자를 만나서 팔자를 고치는 것이 꿈인 여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이미 증명 되었다. 노골적으로 티를 내지 않더라도 여자라면 남자의 넉넉한 그늘에서 호강을 누리고 싶어하는 것을 여실이 느낄 수 있다. 극히 일부의 씩씩한 여성만이 진정한 남녀평등을 외칠 수 있다는 것이 아쉽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나의 급여는 언제나 뒤쳐진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가장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집에 있는 것이 더 불편할 때도 많았다. 아무리 일을 해도 언제나 시대의 풍족함은 저멀리 달아나 있었고 나의 자존감은 더 떨어질 곳이 남은 듯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배운대로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집에 와서는 내색하지 않았다. 일이 풀리지 않는 것도 내 열정과 능력이 부족해서고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닥달하는 마누라도 내가 안고가야 할 무게 였다. 속이 타들어가는 마음도 모르고 닥달을 그치지 않는 마누라가 원망스러웠지만 내 부족한 능력이 원인이었으니 그려려니 했다. 아니 그려려니하지 않았다. 원망스러웠지만 내세울 것이 없어서 죽어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밖에서 다친 가슴이 집에 와서 한번 더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처절하게 버티는 시간동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많이 돌아섰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능력이 부족해서 안풀리는 것이라면 백번 이해가 간다. 원래 공부를 잘 하거나 경제 개념이 뚜렸 하던 놈은 아니었으니깐...그렇다면 성실하고 열심히라도 살면 뭔가 결과가 나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 갈 수 있는 나라가 명색이 국가 아닌가?! 아무리 해도 안되니 나라를 욕하기 시작했다. 성실하게 사는 것은 개나 줘버리고 누군가를 밟고 서야만 사람답게 살수 있는 거지 같은 나라라고 욕했다.
남자로 길러진 나의 모든 자존심과 책임을 버리고 도와줄 누구라도 있으면 매달리고 싶었다. 딱! 한 번만 일어설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고 싶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악마가 있었다면 나는 그때 영혼을 팔았을지도 모른다.
가슴에 자욱한 만성적인 기후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방향을 찾지 못하고 홀로 괴로워하던 그때 다시 한번 알았다.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
결국은 스스로 버티지 않으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나를 안아주지 않는다.
당신의 독설에 피투성이가 된 나를 보지 못하고
한쪽 어깨를 내어 주려는 오만함이
가슴의 안개를 더욱 짙게 함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