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담파스타

명란 파스타를 좋아하세요...

by 알담

스몰토크 좋아하세요? 스몰토크를 검색하면 잡담, 일상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화라고 나옵니다. 비공식적 대화의 일종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보통의 대화에 속하지만, 동시에 정중한 사회적 능력이라고 표현되네요. 프랑스어로 스몰토크는 Parler de la pluie et du beau temp라는 숙어로도 표현되는데요. 직역하면 비와 화창한 날씨를 말하다, 즉 이것부터 저것까지, 다양하면서도 일반적인 주제에 대해 말하기를 뜻해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 스몰토크가 가끔은 사회생활의 정점이지 않을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말하기는 어느 정도 매뉴얼이 있죠. 두괄식으로 결론을 먼저 말하고, 미사여구는 사이사이 감초처럼 넣어주고, 말을 흐리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되 강세를 주어야 하고… 소위 말을 잘한다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각자의 스타일은 조금 다를지언정 일관적인 공통점이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그런데 스몰토크는 조금 상황이 달라요. 날씨 같은 아주 보편적인 주제로 먼저 시작하되, 상대의 미묘한 취향이나 관심사를 적절하게 건드려야 매력적인 스몰토커가 됩니다. 누군가와 스몰토크를 하던 중 은근히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게끔 흥미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좀 더 개인화가 필요한 스킬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제가 자타공인(?) 스몰토크 장인이거든요. 스스로를 매력적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끊이지 않게 대화를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게 느껴진달까요.


비법이라고 하면 우습지만 제가 생각하는 스몰토크의 핵심은 상대에 관한 관심입니다. 상대와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나와 대화하는 이 사람에게 관심의 돋보기를 키우는 거에요. 관심이 있으면 어떨까요? 더 알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싶죠. 또, 일상적인 주제에서 개인적인 주제로 넘어가는 타이밍과 각자에게 알맞은 개인적인 주제 선정 능력을 키우면 수월하게 스몰토크를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이건 센스의 문제긴 해요. 예/아니오로 끝나는 닫힌 질문이 아니라 서술형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가지 팁이라면 나의 요새 관심사를 질문으로 둔갑시켜 물어보면 좀 더 서로에게 흥미로운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조금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상대를 즉석 인터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최근에 재미있게 본 영화이야기를 한다면 왜 그 영화를 좋아했을지 궁금해하는 겁니다. 그럼 그 영화와 비슷한 다른 영화는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볼 수도 있고, 비슷하진 않지만 출연 배우의 다른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OTT를 구독하고 있는지 질문해볼 수도 있겠죠. 아주 작게 질문의 걸음을 하나씩 옮겨 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종종 스몰토크가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일종의 핑퐁 게임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 저에게는 최고의 스몰토크 무기가 있는데요. 바로 음식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음식을 먹잖아요. 음식을 주제로 삼으면 아주 다양한 대화를 펼칠 수 있어요. 가볍게는 음식의 호불호부터, 동네의 맛집, 최근 본 기사에 어떤 식재료가 소화를 도와준다는 내용 등등. 요리에 곁들일만한 음료로 넘어가면 또 다른 대화의 장이 펼쳐집니다. 커피가 맛있는 그 카페가 책을 읽기도 좋다더라, 위스키는 하이볼로 먹는 걸 좋아하는지 아니면 온더락을 좋아하는지, 최근에 마트에 갔는데 이 와인이 유독 저렴해서 쟁이기 좋았다 등등. 음식을 즐기지 않는 상대에게는 ‘만약에’ 조미료를 꺼내 살짝 뿌려보곤 합니다. 배부른 알약이 나오면 얼마에 사 먹을 것 같은지, 먹는 시간을 아껴서 보통 뭘 하는지 등등.


그래도 파스타 레터니까 조금 더 콕 집어 스몰토크 소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명란 파스타는 꽤 재미난 대화 주제인데요. 우선 10년도 더 전에 명란 파스타가 팬시한 메뉴 중 하나로 유행이던 때가 있었지요. 명란과 파스타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 같은데, 부드러운 크림소스 사이 잘잘한 명란이 스며든 짭조름한 명란 크림파스타는 꽤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란 본연의 맛을 오일의 감칠맛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 명란 오일파스타는 또 어떻고요. 은근히 명란 파스타가 호불호가 적으면서도 여러 세대와 소통하기 좋은 메뉴더라구요. 친숙한 밥상 반찬이라 그런지 어르신들도 신기해하면서 잘 드시기도 하고요. 애초에 퓨전 요리이기 때문에 마요를 살짝 더해도 좋고, 장아찌 간장을 조금 둘러 함께 볶아주면 깔끔한 간장 맛이 더해져 맥주와 잘 어울리는 별미가 됩니다. 명란이라는 스페셜 재료가 있다면 뭐든 명란 파스타가 된다는 식이죠. 당연히 토마토 소스와도 무난하게 어울리고요! 이리저리 실험해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러니까, 마치 명란 파스타를 요리하듯이 스몰토크를 이리저리 실험해 보는 거예요. 음식이 대화의 주제로 나왔다면, 기회를 틈타 명란 파스타 이야기를 던져 보세요. 명란이 실하게 한가득 올라간 파스타를 기대하고 주문했는데 정작 명란은 고작 손톱만큼 들어가 명란 향 파스타를 먹었던 실망스러운 경험, 또 어느 날은 주방에서 간 조절을 잘못했는지 너무 짜서 남겼던 기억, 다른 파스타보다 명란 파스타는 유독 비싼 가격이었던 아쉬움, 그럼에도 처음 먹었을 때 신기하고 맛있었던 추억 등을 이리저리 굴려보세요.


상대는 물론이거니와 나야말로 명란 파스타 따위 알 게 뭐냐는 마음이라면? 패스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되죠. 중요한 건 명란 파스타가 아니고, 부담스럽지 않은 주제로 나와 상대가 즐겁고도 가볍게 한마디씩 주고받는 거니까요. 대화의 주제는 명란을 갈라보았을 때 자잘하게 터져 나오는 알들처럼 셀 수 없이 많거든요. 명란 파스타를 떠올리면서, 식감이 퍽퍽해지지 않게 섣불리 먼저 앞서지 않고, 간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입안에서 걸리적거리는 껍질은 잘 제거한 채로 대화를 즐겨보세요. 스몰토크가 조금 더 재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해당 내용은 담파스타 레터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dampasta.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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