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담파스타

두드려봐야 아는 브리치즈 파스타

by 알담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동시에 더없이 그 친구를 존경합니다. 오페라 코치로 활동 중인 친구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럽고, 굉장히 웃긴데 놀랍도록 진중합니다. 본인의 세계가 단단하고, 좋아하는 일에 말 그대로 전부를 던지고, 일단 도전하고 봅니다. 고백하건대, 이 담파스타가 나오기까지 이 친구의 ‘우선 시도하고 보는 정신’이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일단 시작하거나 무작정 도전해 보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후회 없을 정도의 진심을 다하는 건 더더욱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이 친구는 말 그대로 보법이 다른 느낌이랄까요.


이 친구의 에피소드는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원하는 공연의 언어를 모르면서 우선 다짜고짜 오디션에 지원한 뒤 (여기부터 일단 저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용기입니다만) 실제 만나는 날까지 미친 듯이 공부해서 성공적으로 미팅을 끝냈다는 이야기는 마치 위인전같이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친구의 연주회에 갔을 때, 이미 수천 번 연습했을 아리아를 연주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보이는 모습을 봤을 때는 무언가를 더없이 좋아한다는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배우고 싶은 선생님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먼저 연락처를 찾아 메일을 보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내 연락이 무시당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친구의 태도가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요.


친구와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동시에 단단해지는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친구 덕분에 용기를 얻어서 일단 시도해 보는 경험도 늘었습니다. 이것도 관성의 영역에 들어가는지, 뭔가에 도전하기 전에 주저하는 시간도 줄어들더라구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를 먼저 드러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래 봤자 제가 무시당하는 것뿐인걸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스스로 인연이나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분명 처음과는 달라진 곳에 있었어요. 신기하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어차피 안 될 텐데, 해봤자 거기서 거길텐데,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라고.
전부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입니다. 뻔해 보이는 일이라도 일단 해보면 좋은 피드백이든, 나쁜 기억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의 나에게 교훈이 됩니다. 도움되는 일이었다면 자양분 삼으면 될 일이고, 별로였다면 다시 안 하면 됩니다. 어찌 됐든 안 하는 것보단 낫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런 마음을 지표 삼아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뭐든 하는 게 낫고, 경험은 어떻게든 다 도움이 됩니다. 꼭 대단하거나 거대한 일이 아니더라도요.


브리치즈 파스타를 해본 것도 그 다짐의 일환이었습니다. 막 삶은 파스타 면의 열기에 적당히 녹아내린 브리의 속살이 하나하나 면에 코팅된 파스타라니. 그렇지만 아무래도 브리는 와인과 곁들여 그대로 먹는 게 좋고,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브리의 맛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아서 계속 만들어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충 보니 맛도 예상가기도 했고요. 유튜브며 인스타그램이며 온갖 플랫폼에서 트렌드가 한풀 꺾인 후 브리가 생기고 나서야 문득 떠올랐습니다.


역시나 예상가는 맛이었습니다만 의외로 괜찮았던 부분은, 취향이 아니었던 브리의 끝맛이 파스타를 씹는 식감에 적당히 가려져 오히려 요리의 킥처럼 느껴졌던 점입니다. 팁이라면 평소에는 그대로 먹는 브리 린드(껍질)는 제거하는 게 파스타에 녹아들었을 때 거슬리는 식감을 덜 할 수 있고, 짧은 파스타 면이 치즈가 더 잘 묻어나 입속에서 크리미함을 더해준다는 점입니다. 역시나 먹어보지 않고는 몰랐을 부분이죠.


이 레터를 다 쓰면 친구에게도 보여줄 예정입니다. 얼마나 제가 친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런 친구가 저를 좋아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마음을 덧붙여서요. 다음번에 친구를 만나면 아마 한식을 먹으러 가겠지만, 언젠가 꼭 브리치즈 파스타도 해주겠다고 약속도 더하려 합니다. 제가 만든 파스타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 친구니까요.





[해당 내용은 담파스타 레터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dampasta.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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