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트
이전 직장이기도 했던, 지금 직장에서 2년 정도 함께 근무한 분의 전화를 받았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아마도 나보다 10살 정도 많다고 추측한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자회사 중 하나로 역시 최고 광고회사로 불렸던 곳에서 30여 년을 근무하셨던 마케팅 분야의 베테랑이다.
마케팅을 전공해서인지 젊은 사람들과 비교해 IT 신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빠르고 새로운 트렌드나 유행에도 저항없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그분의 특징 중 하나다. 2022년 ChatGPT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Midjourney, Dall-e 등 새로운 서비스를 활용해서 회사 제품의 캐릭터이미지를 만들거나, 대외 홍보용 영상을 만드는 등 그 연령대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의 적응력과 활용력을 보여주었다.
한 때(지금도 여전히)는 그 분과 사이드 잡으로 50, 60대 은퇴자를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Tool에 대한 교육을 하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을 검토했었고 고학력, 대기업 출신 팀장, 임원급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컨설팅이나 지적 데이터를 공유하는 사업도 고려했던 적이 있다.
내게 그분은 나의 미래에 어떤 방향 중 몇 가지에 협력자로서 늘 등장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50, 60대 은퇴 대기자들에게 미래에 필요한 기(技)와 예(藝)를 갖춘 퍼포머로서 예시했던 분이기도 하다.
그런 분에게 일주일 전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전화하신 목적이야 특별한 것은 아니었는데 통화 중 지금하고 있는 일을 여쭤보니 한 건물에서 건물 관리인을 한다고 했다. 왠지 그 오랜만의 대화는 뒷맛을 좀 씁쓸하게 했다. 뭐 건물 관리인이면 어떤가 60대 중반의 나이에 여전히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당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럼에도 생각의 여운이 깊게 남았던 건, 50, 60대 은퇴자의 인생 2막에 대한 이 시대의, 이 사회의 선택지가 여전한 지적 능력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에도 민첩하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조차도 선택받을 수 있는 여지가 너무도 좁고 편협하다는 생각에서다.
취업하기 힘든 20대, 30대만큼이나 인생의 2막을 열어야 하는 퍼포머들에게도 이 시대는, 이 사회는 '일자리'에 대한 필터링이 너무나 좁을 뿐 아니라 그들이 내제하고 있는 기(技)와 예(藝)라는 자산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극단의 단절이 사회적으로 너무나 아깝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이어지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때 X세대라 하여 20세기의 아이콘이었던 우리 세대는 어느새 우리가 갖고 있는, 갈고닦았던 기(技)와 예(藝)를 더 이상 우리의 핵심 자산이자 역량으로 사회에 기여하거나 쓸 수 없는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 이 시대에, 이 사회에 더 알맞게 쓸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 어떤 노력과 기회가 있어야 할지 생각이 깊어진다.
우리는 살았던 만큼의 시간을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과거에 늘 성장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성장을 자양분 삼아 자아성취와 사회적 존재감을 키워왔던 것처럼 우리의 미래에도 성취와 성장은 계속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할지,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결정과 준비가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 미래는 능동성이 낮아지고 자기주체성과 멀어질 수 있다.
혹자는 인생 2막을 이끄는 역량이 내 인생의 본진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성을 전제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제성이 없는 기와 예는 취미나 특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삶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와 예다.
내게 있는 삶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할 수 있는 기와 예는 무엇이고 그것이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 까칠한 펜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