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뒤로 세는 시간이라면

행복노트

by 까칠한 펜촉

내가 태어난 1974년 즈음에 내 기대수명은 약 63세 전후였다.

1974년에 태어난 1살 아이는 63년을 살면 기대한 수명을 다할 터였다.

그러다, 27살이 된 2000년에는 기대수명이 훌쩍 늘어 약 78세가 되었고, 52살이 된 2025년에 기대수명은 약 85세가 되어 1974년에 비해 무려 22년의 수명 연장이 되었다.

내가 변한 것은 없고 세상이 변했다. 의료기술과 영양학의 영향을 받았고 생명공학과 AI기반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좀 더 연명을 한다면 나노기술이나 트랜스휴먼 시술도 받을 수 있고 뇌신피질에 저장된 기억과 경험을 클라우드 신피질에 올려 영생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세상에 나는 살고 있다.


이제 기대수명은 별로 의미가 없는 듯하다. 앞으로 세는 기대수명보다는 뒤로 가정(Assumption)하여 세는 기대여명이 더 의미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시점에서 나의 기대여명은 30년이 남았다. 물론, 의료기술과 영양학, 생명공학 등의 도움을 받으면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을 연명하겠지만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니 현재 시점에서의 기대수명으로 계산하면 어쨌든 나의 기대여명은 30년이란 말이다.


한때 중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의 "나는 딱 60살까지만 살 거야. 60살에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거다!"라는 말씀에 영향을 받아 '힘겨운 인생 뭐 하러 오래 사냐 60살이면 충분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책임져야 하거나 연대한 무엇이 없는 혼자라면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지금 내겐 사랑하는, 책임져야 할, 연대하는 많은 것이 나와 함께 있다. 삶이 더 의미 있는,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간을 더하여 세는 것은 무의식적인 관성으로 지루하고 고단함을 느끼게 하지만, 시간을 빼여 세는 것은 보다 섬세한 의식과 남은 시간에 대한 밀도 있는 성찰을 하게 만든다.


삶은 이렇다. 관점, 시선, 기준, 원칙의 다른 면으로 바라보면 이토록 더욱 아깝고 소중하다. 내 남은 삶에 대한 집착과 미련, 갈망보다 내가 현재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들과의 이별, 그 헤어짐의 카운트다운을 떠올리면 가슴이 시리고 아리다.


가끔은 시간을 뒤로 세어보자. 무료한 지금의 시간이 더욱 소중해질 것이고 당연한 모든 관계가 특별해질 것이다. 우리 남겨진 삶의 여백을 더욱 촘촘하고 아름답게 채워나가자.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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