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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연 Mar 14. 2019

덤덤하게 순응하는 사람

인생이 점점 외로워지는 것이라해도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해야 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여행 가서도 물론 좋았지만, 식당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부모님이 만족하실지 등 가이드 역할을 해내느라, 부모님 표정이나 컨디션을 살피느라 여간 신경 쓰인 것이 아니었다.

새삼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바뀌는 순간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인이 되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역할이 바뀌게 된다. 특히나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선 더더욱 그러는 것 같다. 스마트폰, 컴퓨터를 부모님께 알려드리면서 머리가 큰 자식은 으레 본인이 잘난 줄 알고, 때로는 잘 모르시는 부모님을 답답해하거나 귀찮아하기도 한다(물론 그렇지 않은 착한 효자들도 많다).


어느 날 문득 나의 부모님이 보이고,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의 부모님도 지금 우리의 시절을 겪으셨다. 우리를 낳고 키우면서 얻은 기쁨도 클 것이고, 또 우리를 독립 혹은 결혼시키면서 양육이 끝났다는 시원 섭섭함 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냥 갑자기 '엄마 아빠가 외롭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끌시끌하던 집이 조용해졌을 때 허전하지 않을까 싶었다. 바쁘게 살아가다가 모든 일하는 때를 마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적적함을 느끼시진 않을까 싶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이 났다. 5남매를 시끌벅적 키우시고, 다 출가를 시키시고 두 분이서 사시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인생에 여러 단계가 있겠지만 그 단계가 진행될수록 점점 외로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슬퍼졌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매 단계 단계를 성숙하게 이겨나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너무 외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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