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다 - 패트릭 브링리

서평

by 티후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메트처럼 엄청난 기관이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면 실험을 해야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한다.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미켈란젤로 시대의 피렌체, 심지어 미켈란젤로 시대의 로마마저 이런 면에서는 로레타 페트웨이가 살던 시절의 지스 벤드와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전성기 르네상스와 같은 개념을 빌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새로 만든 회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회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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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초입의 광화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등의 자리에 있던 이 책은 왠지 낯설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언젠가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하는 올해의 책' 비슷한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소개되었던 책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좋게 잃었던 책이라니, 나도 반드시 재밌게 읽고 이동진과 같은 감상을 느끼리라'하는 유치한 생각으로 집어 들었던 이 책은, 약 1년 동안 계속되어온 나의 병렬 독서(다른 종류의 책을 교차하면서 읽는 독서 방법을 말하는데, 나는 이미 펼친 책들을 다 읽지도 못하고 자꾸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하는 탓에 강제적인 병렬 독서가 되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사지 않고 나올 수가 있습니까?)를 마무리 짓게 해주었다. 어려운 내용의 책도 아니고, 어렵게 적혀있는 책도 아닌 덕에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었다. 이 책을 기점으로 병렬 독서는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고맙습니다 패트릭!



사실 이 책의 원제는 <All the beauty in the world>이다. 번역하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정도 일 텐데, 이게 참 아쉽다. 해외의 책을 들여와 번역을 하고 국내에 출판하는 출판사 입장에선, 제목 번역은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고 저자가 저명하다고 한들, 제목이 끌리지 않으면 책을 손에 들기 쉽지 않다. 나도 이 책의 제목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이었다면 아마 이 책을 손에 쥐고 교보문고를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책의 내용과 아주 동떨어진 제목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아름 디움>이야말로 저자가 말하고자 한 바와 일치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저자가 지은 제목이니 당연하지만). 제거할 수 있는 겉표지의 제목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속표지의 제목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적혀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직접 읽을 때도 있지만, 사실 한번 구매하면 평생을 책꽂이에 꽂혀있게 된다. 10년, 20년이 지나 어느 집으로 이사 갈 때 버려지기 전까진 책꽂이에 꽂혀있다는 얘기다. 평생 책을 대표하는 제목이 단순히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니, 아쉬운 마음이다.



한 문단 내내 떠들었듯이,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준다. 삶과 그림 중 위대한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지 알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위대한 삶을 담은 그림이라 위대한 것인지, 위대한 작가가 그려 위대한 것인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패트릭 브링리의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




패트릭 브링리의 홈페이지엔 이 책에 담겨있는 모든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링크가 담겨있다. 책의 부록에도 각 미술작품의 이름과 일련번호가 적혀있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지만, 그의 홈페이지엔 동일한 순서로 직접 메트의 홈페이지 링크가 걸려있기 때문에 독서를 하며 읽기에 훨씬 편하다.





image.png?type=w966 패트릭 브링리 홈페이지의 일면

또 그는 메트에서 한 달에 한 번 약 2시간가량의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책을 다 읽고 그와 함께하는 투어는 얼마나 입체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메트의 전시물 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던 경비원 또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재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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