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한 장
이제 여름을 보내줄 때가 된 것 같아서
여행 갔다 왔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걸어봐야 할 것 같아서
도보 여행했습니다.
노량진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고터까지 가는데
예산에 와서 8시간 걸었던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주 5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 옷 입고 갔습니다. 배낭, 모자도 아빠 협찬.
가는 길에 평택항 구경도 했습니다.
예산에서 하차 후에
예산시장까지 내리 1시간을 걸었습니다.
근래 날씨가 좀 시원해서 도보여행을 계획했는데
근래 들어 가장 해가 쌘 하루였습니다.
해를 한 30분 맞았더니 뒷골이 너무 당겨서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혹시 따라 하실 분이 있을까 봐, 경로를 첨부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예산시장은
예산맥주페스티벌 준비로 바빴는데요
예산장터광장 내에 있는 점포들이 시장 밖으로 나와
부스를 운영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맥주가 한 2만 캔 있었습니다.
예산맥주페스티벌은 8월 30일부터 진행하는 데
우린 8월 29일에 갔으니 참 운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유튜브에서 백종원 아저씨가 늘 화내던 장소에 오니
좀 신기하긴 했습니다.
천막 아래에 여러 점포들이 자리해 있고
다 먹고 난 다음엔 근로자분들이 다 치워주시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느낌입니다.
선풍기가 있어서 실내는 되게 쾌적했고
파기름 막국수
크림새우
맛있습니다.
해가 너무 강해서 한 번에 목표했던 지점(온양온천역)
까지 가기는 명이 부족할 것 같아
중간중간 들를 곳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예산 1100년 기념관이었습니다.
따라 하실 거면, 가을에 하시기 바랍니다.
예산 1100년 기념관은 시민들의 복지시설이 좀 모여있는 건물에 작은 기념관이 하나 얹혀있는 느낌인데,
건물 2층에 있는 수영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비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있는데, 모두의 조카의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이 사진이 있습니다.
간간이 다니는 기차가 흥미를 더해줍니다.
이름이 그냥 신기해서,,
혹 예산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들러볼 만한 공간입니다.
에어컨도 시원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정수기도 있습니다.
근데 이제 그것만 이용하러 가면 좀 진상 손님 같으니..
전시도 같이 구경 합시다.
예산의 1100년 역사를 잘 정리해 놓은 전시공간인데
생각보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나
윤봉길 의사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장실 잘 썼습니다.
로드 무비를 찍어버렸네요
예산은 사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항공 샷 선생님에게 칭찬받을 만한 사진입니다. 광각에, 좀 더 정수리로 ,,
그리고 죽음의 도로를 좀 걸었는데요
왜 죽음의 도로,
즉 road of death라고 명명했냐 하면
길 말미에 나오는 저 21번 국도에는 인도가 없습니다.
갓길로 걸어가야 하는 길인데
트럭이나 트레일러가 지나갈 때면
아 사람이 이렇게 지워지기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옆으로 돌아갈 수 있는 논길도 전혀 없고
길이 아예 막혀버려서
아주 재밌었습니다.
(사실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죽음의 도로 걷는데 힘을 너무 써서
도고온천 역까지만 걷고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대충 잘 돌아가는 길에 만난 벼 들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으니
좀 익었나 봅니다.
쨍한 해를 받고 색까지 마저 바래면
가을입니다.
목숨을 구했으니 사진을 찍을 여유가 좀 생겼는데요
탱자 탱자
지루한 공업사
이렇게 걸어서 도고온천 역 도착했습니다.
도고온천 역은 장항선이 다니는 기차역인데,
광명역에 가고 싶어 하시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온양온천 역까지만 가시고 1호선으로 갈아타시라'
했더니 또 표를 못 끊겠다고 하셔서,,
같이 가서 표도 끊어 드렸습니다.
우린 예산에서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씀드리니
본인은 예산에서 차를 타고 왔다면서,,
대단하다고 하십니다.
검은 친구들은, 강아지랑 곰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거 같은데,, 아닌가요?
총 35000보, 27km 남짓 걸었습니다.
다 걷고 나니 무릎도 좀 아프고
이곳저곳 따가운데
그만큼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렇다 할 목적 없이 온 여행이라
더욱 즐거웠습니다.
이제 개강하니까
현실로..